지평선이 그려 내는 꿈

 

                                                                                                      (6/27 ~ 7/1 전북 완주군 들녘교회), 이광민

 

 

 

 

 

 

   올해의 시작과 함께, KSCF를 알게 되었다. 인문학 세미나를 통해서이다. 지난 6개월간의 세미나는 무척이나 수고로왔지만,

괴롭진 않았다. 수고 뒤의 성취감 덕분이다.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잘 하면 잘 한 대로, 미흡하면 미흡한 대로,

기꺼이 다음 수고를 기다리게 된다. 그러던 중 농활 소식을 들었다. 새로운 경험에 설레면서도, 사서 고생을 걱정했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수고를 택했다. 그리고 결과는 역시나, 하길 잘했다

 

 

 

 

적당히 낙낙했고, 적당히 로망이 있었다. 

   ‘전날 과음이라는 불경한 상태로 참여한 본인이었지만, 농활은 우려만큼 혹독하지 않았다. 들녘교회에 도착한 첫날,

우리는 완주-김제시를 다니며 벽골제와 동학 유적지를 방문했다. 이세우 목사님의 해설과 함께, 지평선 따라 너른 평야를 음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음~' 나는 같은 자리, 같은 광경을 다른 시간에 보며, 당시 농민들의 마음을 상상해 보았다.

발 아래로 끝 모르게 펼쳐져 있는 평야를 바라보고 있자니, 영험함마저 느껴졌다.

  농활 마지막 날은 변산반도 격포, 채석강에 들렀다. 아슬아슬한 해식 절벽 아래서 굽이치는 파도를 바라보며, 농활의 마지막을 갈무리했다. 심호흡과 함께 마음이 놓인다. 자연은 늘 넉넉하다. 평선과 수평선을 모두 섭렵한 이것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뷰티농활? 로망농활!

 

 

 

 

충분히 힘들고, 충분히 재미있었다.

  둘쨋날, 밭에서 고구마 모종에 씌운 비닐을 벗기는 작업을 했다. 뙤양볕 아래에서 같은 일을 끝없이 반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가 골골거리던 사이 함께 일하던 할머니들은, 그 넓은 밭을 전부 소화해 내셨다. 별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아 송구스러웠지만,

학생들이 마냥 기특하셨는지 새참을 챙겨 주시며 예뻐해 주셨다. 그분들의 고된 일이 안쓰러우면서도, 씩씩한 우리 할머니들과 대화를 나누며 사람 사는 느낌을 받았다.

  셋, 넷째날은 논으로 향했다. 친환경 우렁이 농법을 하다가 생기는 손해는 일일이 사람 손으로 때워야 한다. 이러한 비효율을 자처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묵묵히 일을 하며 생각해 보았다. ‘생산량을 늘리고 수고를 덜기 위한 방법의 대가는 수익이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움을 통해 얻는 대가는 건강일 것이다. 각각의 득이 이러하다면, 실은 서로 반대일 것이다. 가치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일하는 짬짬이 주변을 둘러본다. 벼가 바람따라 소리를 내며 파도친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엔 구름이 논 안에 적셔져 있다.

아름답다. 막걸리 덕분이다! 두런두런 앉아 새참을 나누며 바라본다. 기분이 좋아진다. 특별히 욕심도, 근심도 생기지 않는다.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다. 노동이 주는 선물이라 생각이 들었다.

 

 

 

 

재충전과 새로운 인식

  들녘교회는 해만 떨어지면 주변이 온통 어둠으로 뒤덮인다. 하지만 근처의 익산’과 ‘전주'는 어두운 하늘을 밝힐 정도로 눈이 부시다.

도시와 떨어져 있었기에 느낄 수 있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 온 덕분에, 일상에서 탈피한 성찰들이 가능했던 것이다.

자연 경관에 감탄하고, 노동의 성취감에 감사하고, 동료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공동체의 따듯함을 알았다. 이 모든 것들은 '기분좋은

수고로움' 덕분에 얻어지는 것들이다.

  아침 저녁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성공회 예배양식과 찬트를 가지고 기도를 드렸다. 경건한 마음으로 하루를 되새기고, 사고하며

삶의 의미를 고민해 보는 시간은 옛 수도원의 삶의 방식처럼 수양하고, 노동하고, 기도하는 생활을 닮아 보는 훈련이었다.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 어색하지 않다는 의미와 동시에 '자연'스럽다는 곧 '자연다움'의 중요함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불편함'과 '수고로움'을 자처하는 것이 곧 '살아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자연의 온전함에 기대어, 주어진

질서(원리)에 만족하며, 감사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삶 전체를 이러한 수행으로 삼는 삶의 방식으로 꾸려 가는 것.

이러한 지향점이 이뤄지는 꿈을 꿔본다.

 

 

 

연이은 장마 소식에 고구마 밭과 논, 농민 분들은 안녕하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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