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60주년을 맞이하는 기독학생의 다짐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은 1948년 4월 25일 개교회 학생들이 학생기독교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할 것을 결의하여 ‘대한기독학생회 전국연합회’로 조직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950년대 교회 분열이라는 역사 속에서도 ‘하나님도 하나요, 그리스도도 하나요, 교회도 하나’라는 입장에서 교회일치와 세상에서 증거라는 에큐메니칼 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독재와 부정부패에 저항한 4.19학생혁명을 거치면서, ‘한국을 새롭게’라는 기치아래 1969년 11월 23일 학생기독교운동은 YMCA와 통합하였습니다. 이후 기독학생운동은 상아탑을 벗어나 고통받는 민중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사회의 구체적인 현실을 몸으로 체험하고 민중과 더불어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유신정권의 탄압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예언자적 소명으로 ‘공의를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라’고 외쳤습니다.

 

     1980년대 광주항쟁을 거치면서 기독학생운동은 압축근대화 과정에서 배제되고 억압받는 민중들의 삶속으로 녹아 들어가는 소금이 되고자,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이라는 싹을 틔우는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어둠이 짙어져 가는 한국교회에 새로운 빛을 비추는 등경위에 세운 등불이 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1990년대 들어 20세기에 가장 커다란 실험이었던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무너지는 세계적인 변화속에서, 1987년이후 변화된 한국사회의 환경속에서 내부적으로 분열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하나님 나라운동에 대한 믿음과 신앙고백을 통한 대안적 신앙공동체 건설을 위하여 다양한 운동 방식을 모색하였습니다.

 

     1997년 IMF 이후, 현재 한국사회는 급속도로 신자유주의 경제적 세계화의 물결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또한 독재정권의 경제개발이라는 구호가 유령처럼 출몰하여 국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국제협상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빈곤과 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차례의 남북한의 정상회담으로 진행되던 평화통일이 흐름이 가로막히고 있습니다.

 

     한편, 십여년전부터 고등학교 수험생 대부분이 대학교를 진학하는 현실에서 고등학교는 일류대학 입학이 최우선인 입시학원이, 대학교는 취업의 전쟁터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현재 우리들은 20대의 상위 5%만이 안정된 직장을 얻고, 나머지는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88만원을 평생 월급으로 받는다는 ‘88만원 세대’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누구는 ‘88만원 세대’들이 처한 한국사회를 보면서 희망고문을 그만하라고 말합니다. 이제는 정말 절망할 때라고. 돈과 그 돈을 충분히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과, 사람과, 시스템에 대해 깊이 깊이 절망할 때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난 60년동안 선배님들이 걸어오셨던 길을 돌아다보면 어느 곳 하나 장미꽃과 무지개빛으로 가득찬 탄탄대로가 아니었음을 발견합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스스로 길이 되셨던 선배님들의 삶을 기억하며, 오늘 절망 속에 영근 희망 하나를 싹틔웁니다.

 

     지난 20세기에 기독학생운동은 당면한 시대의 과제였던 민주주의, 인권, 빈민, 생태환경, 여성, 이주노동자, 소수자 문제 등을 감당하기 위하여 맡은바 소임을 다하였습니다. 21세기, 오늘 기독학생들이 처한 현실은 모든 것들이 다 역사적 과제이며, 학생의 실존적 상황 자체가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20세기의 기독학생운동이 눈앞에 보이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등산이었다면, 21세기의 기독학생운동은 애매모호하며, 끝도 보이지 않으며, 언제 다다를지 알 수 없는 사막을 횡단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등산이 산꼭대기에 다다르기 위한 목표지향적인 것이라 한다면, 사막 횡단은 내부의 원칙과 방향을 가지고 여정 자체에 관심을 두는 것입니다.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목표를 잡기 위해서 발버둥치기보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방식을 잘들여다보고 그것 자체를 즐기며 충실하고, 의미있게 살아가려는 삶의 버릇을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물론 사막을 여행하는 도중에 우리들은 시시때때로 눈 앞에 산을 마주대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그 산을 오르내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등산과 하산의 과정은 사막횡단이라는 긴 여정가운데는 순간적인 일일 것입니다.

 

     절망 속에 영근 희망은 세계에 관한 어떤 특정한 관측이나 상황 평가에 기대지 않습니다. 그것은 직접 경험되는 세계를 초월하며 그 세계의 지평 너머 어느 곳에 닻을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절망 속에 영근 희망은 어떤 일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일이 선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루기 위해 일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것이 예수의 삶을 통해서, 선배들의 지난한 역사속에서 오늘 우리 기독학생이 배운 것입니다. 우리들이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하나님의 일꾼이 될 때 이 세상의 어떤 것으로도 정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서 삶과 신앙과 운동이 일치하는 생활신앙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입니다. 기독학생운동은 단지 학원에 있을 때만 행하는 운동이 아니라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 이루어지는 장구한 혁명이기 때문입니다. 생활신앙운동은 학원을 복음화하기 위해 대학에서 모였던 ‘대한기독학생회 전국연합회’의 뜨거운 신앙과, ‘한국을 새롭게’라는 깃발아래 소외받은 삶의 현장 한가운데 들어가 보고 느끼며 증언하던 학생사회개발단 운동의 구체적이며 열정적인 신앙실천을, 그리고 ‘민족공동체를 새롭게’하려는 기치아래 평화통일을 이루려는 생명평화의 광대하고 포용적인 원칙을,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이어 받은 것입니다.

 

     생활신앙운동을 전개하면서 우리가 위치한 곳이 어디이든지 억압받고, 소외되고, 배제되는 사람들의 낮은 목소리를 듣기 위하여 몸을 낯추면서, 동시에 한국 사회의 문화가 우리 내면에 만들어놓은 꿈틀거리는 솟아오르는 물신의 욕망을 외면치 않고 직시할 것입니다. 한국 사회의 모순된 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또한 우리의 자신의 성숙과 변화를 도모하겠습니다.

 

     한반도라는 지역의 문제가 전 세계와 연관관계를 맺고 있음을 세계화 과정을 통해 목도하면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실천이, 세계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 우리가 처한 지역에서 창조적 실천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실천에서 전 지구적 지원세력의 엄청난 다양성을 발견하고자 노력하며, 그리고 여러 쟁점과 관점을 수용하고 반영할 수 있는 포용성을 키워나가고자 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놓인 전지구적/지역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물샐틈없거나 보편적인 해답이나 계획 또는 전략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올바른 때 올바른 곳에서 올바르다고 느끼는 것을 실천하려고 합니다. 미래에 무엇을 만들어내려는 것보다 현재 우리가 무언가를 해내려 합니다. 하나님 나라를 어떻게 건설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우리의 대답은 ‘아직 우리는 확실히 모르지만, 우리 함께 건설합시다’라고 대답하고자 합니다. 다만 제도의 변화를 모색하면서도 신앙의 힘과 일상생활의 실천으로, 어느 것이 완벽한 것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성령의 활동에 우리를 개방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가 지평선에 걸려있다고 믿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현재 우리 삶의 지형들을 보여주며, 우리가 걸어가야 할 지표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가 기독학생들의 행동의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서 걸어가는 길이 바로 곧 하나님의 나라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이 길을 걸어가면서 유혹과 위협으로 다가오는 여러 차이에 솔직해지고, 그 긴장을 오래참고, 이를 풀어가는 집요한 과정을 계속할 것이며, 일생토록 이 길을 차분하면서도 명랑하게 걸어갈 것을 다짐합니다.

 

                                                                                                      2008년 11월 3일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기독학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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