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명이 ‘함께’한 등록금 ‘1인’ 시위

사회 조회 수 4444 추천 수 0 2011.09.02 14:05:12

  (성균관 명륜 SCA 08 정수지) 

 

* 아래 글은 정수지 학생이 경향신문에 올린 글입니다.

 

아직도 모르겠다. 아니, 점점 더 모르겠다. 이 사회가 잘못된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많은 사람들을 슬픔과 한숨으로 몰아넣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TV 토론에서 보듯이 하나의 사안에 대해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그토록 견해가 다른데 더 좋은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은 혹시 끝없는 미로를 가는 것이 아닌지, 지난 100일 동안 꼬리를 문 의문이다.

지난 4월12일, 전국등록금네트워크가 자살한 카이스트생들을 추모하면서 반값 등록금이 될 때까지 무기한 1인시위에 돌입한다는 기자회견을 취재할 때만 해도 회의가 들었다. ‘정말 반값 등록금이 될 때까지 시위를 할까? 1인시위를 계속한다고 과연 해결될까?’ 나는 시민단체의 힘 혹은 대중의 힘을 믿지 않았다. 집 팔고 소 팔아 등록금을 마련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이제 와서 해결될 이유나 가망성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의심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반값 등록금 약속을 지켜라.’ 매일 정오가 되면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 등장하는 분홍색 피켓이 10일, 20일, 50일을 지나면서 사람들의 의식 속에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했다. 가랑비가 옷을 적시듯 등록금에 대한 문제제기가 ‘반드시 고쳐져야 할 문제’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릴레이 시위 참가자들의 등록금 문제에 대한 대안은 다양했다. 45번째 1인시위자인 참여연대 박원석 사무처장은 “부실대학의 통·폐합과 함께 대학의 국·공립 확대를 추구해야 등록금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48번째 시위자 교육대학생대표협의회 의장은 “여당이 내놓은 반값 등록금 정책을 보면 초·중등교육에 할당된 예산을 줄여 고등교육을 지원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라며 교육대생의 시각에서 핵심을 꿰뚫었다.

100일간 이어지고 있는 사투에 동참한 사람들은 우리 가까이에 있는 평범한 이웃들이다. 자식을 위해 어떻게 해서든 등록금을 마련해보려다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 목소리를 높이는 부모님, 등록금을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와 학과 공부, 그리고 스펙 쌓기에 숨막혀 나온 대학생, 그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려고 나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기꺼이 피켓을 들었다.

100일은 대개 기쁘고 행복한 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남자친구와 사귄 지 100일이 되는 날은 얼마나 설레는 날인가. 하지만 이번 100일 기념일은 슬픈 날이다. 오지 말아야 할 날이 온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프다. 50일을 기념해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의 이름으로 <청춘을 연대한다>는 책을 낼 때만 해도 곧 실마리가 풀릴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그 많던 등록금에 관한 담론들은 어디로 다 사라졌는가. 51번째 시위와 100번째 시위의 차이는 숫자의 차이일 뿐이다. 등록금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취업이라는 험준한 산맥을 올라가는 야크 같은 우리네 삶은 달라진 것이 없다. 어쩌면 등록금 운동이 활기를 잃은 듯도 하다. 지방에서 학업을 하던 친구는 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갔고, 어떤 친구는 등록금을 마련하려 다시 ‘알바’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2학기 등록금 고지서는 어김없이 날아와 다시 한번 우리를 옥죈다.

그러나 상황이 암담하다고 우리의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돌아보라. 지난 6월10일 시험기간인데도 불구하고 3만여명이 모여 외쳤던 함성을. 1명에서 시작해 3만명으로 꽃핀 장엄함을. 그렇기에 1인시위자들은 광화문광장의 외로운 1인이 아니다.

솔직히 나는 등록금 1인시위를 취재하면서도 이 문제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헷갈린다. 하지만 내 안에서 점점 분명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그 소리는 “반값 등록금 성취”가 아니다. 현실에 순응해 살아가는 나를 향한 소리다. 반값 등록금이라는 구호보다 훨씬 중요한 소리다. “함께, 함께하라”고 자꾸 내 안에서 외친다. 내가 너를, 네가 나를 밟고 올라서야 한다면 “함께”는 존재할 수 없다. 네가 슬프면 나도 슬프고 내가 잘살면 너도 잘살아야 하는 세상. 함께, 사는, 세상. 그래서 1인시위는 결코 1인만의 시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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