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단체공동 시국선언문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지금 위기를 직시하고,

생명과 평화의 정신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현재의 우리나라는 지난 수 십 년간 조금씩 발전시켜온 민주주의, 인권, 복지, 그리고 남북 간에 이어온 소중한 평화의 실험 등 거의 모든 면에서의 가치붕괴가 일어나고 있다. 이것들은 특정 정부나 몇 명의 대통령이 만들어낸 치적이기보다는 국민모두가 희생을 통해 조금씩 이루어 낸 자랑스런 유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난 1년 여 간 이명박 정부는 전임정부의 모든 것을 전면부정하고 뒤집는 정책을 추구하면서, 소중한 우리 모두의 가치를 전부 무너뜨렸다.

 

집권 초 대미추종적 밀실외교는 촛불로 상징되는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을 원했던 국민들의 요구와는 전혀 다르게 대통령은 자기 추종자는 무조건 두둔하고 비판의 목소리는 무조건 탄압하는 전형적 독재의 행태를 보여 왔다. 특히 자기 사람이 아니면 그가 공기업체 사장이든, 임기가 보장된 법인체 대표든, 방송사 사장이든 갈아치우고, 심지어 평범한 국민의 인터넷까지 검열하졍?제왕적 권력을 휘둘렀다.

반면 자신의 지지층인 가진 자들에 대해서는 무리하게 법과 제도를 바꿔서라도 보호하려는 집착을 보였다. 서민들을 울려왔던 겨우 1% 땅부자들의 토지과다보유 과세인 종합부동산세는 유명무실하게 만들었고, 보수언론 및 재벌이익을 보장해 주는 언론법과 방송법, 총출제 폐지와 금산법 완화법안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대운하 건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슬쩍 이름만 바꾼 채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무소통 기득권적 일방정치는 올해 들어 드디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비극적 결과로 연출되었다. 지난 1월 20일 용산 재개발구역 세입자들의 정당한, 그러나 억압된 항변이 마침내 6명의 소중한 목숨을 희생시키는 참극을 낳았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희생자인 세입자 및 유족들의 요구는 철저히 무시한 채 관할 관청, 진압 경찰, 철거용역들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수용한 불의한 재판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는 역대 가장 깨끗했던 대통령을 역대 가장 부패한 대통령이 먼지털이식 표적수사를 통해 도덕성의 흠집을 내서 마침내 죽음으로 몰고 가고야 말았다. 평범한 서민에서부터 전직 대통령조차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길을 찾지 못하고 무죄한 피를 흘리게 되는 시대는 분명 악한 시대다. “사람은 하느님의 모습으로 만들어졌으니 남의 피를 흘리는 사람은 제 피도 흘리게 되리라.”(창세기 9:6)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지난 10여 년 동안 남과 북이 함께 기초를 쌓아 조금씩 발전해 가던 남북간 화해와 평화, 공존의 성과들은 겨우 1년 여 만에 완전히 파탄나고 남북은 다시 전쟁을 걱정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우리는 체제생존을 명분으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대미일변도 정책에 집착해 온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당국의 책임을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수위 시절부터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식의 현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은 금강산, 개성공단을 좌초시켰고, 북한의 미사일과 핵 도전은 마침내 한국정부의 PSI 가입과 맞물려 다시 전쟁을 걱정해야만 하는 지경에 빠뜨렸다. 이것은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와 역사를 망치는 일이다. 결국 지난 1년 여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하나님의 말씀과 역사로 평가해 볼 때 심각한 파탄의 지경에 이르렀음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단언컨대 공의를 바로 세우지 못하고 가난한 자들을 돌보지 않으며 국민을 힘으로 억누르려는 정부와 권력은 반드시 망한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회개하여 지금의 행태를 근본적으로 돌이키지 않으면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충심으로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만군의 여호와의 말씀이다. 의롭고 올바른 재판을 하여라. 서로 사랑과 긍휼을 베풀어라. 과부와 고아와 외국인과 가난한 사람을 억누르지 마라. 다른 사람을 해칠 마음조차 품지 마라. 그러나 그들은 내 말에 복종하지 않았다. 그들은 등을 돌리고 귀를 막았다. 그들은 마음을 돌처럼 굳게 하고 나 만군의 여호와의 가르침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내가 옛적 예언자들을 시켜서 한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 만군의 여호와가 크게 노하였다.”(스가랴 7:9~12)

 

그러나 한편 한국기독교와 교회는 단지 대통령과 현 정부를 무책임하게 비판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바로 한국기독교의 과거와 현재이며, 그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는 역사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양심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물질주의와 성장주의의 전도사가 되어 오늘날 이명박적 가치를 만들어낸 정권의 하수인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한국기독교와 교회는 참된 선지자의 자세를 되찾아 대통령과 권력을 향해 시시비비를 바로 전하는 공의로운 소리의 역할을 감당하도록 깊은 참회와 회심의 기회를 가져야할 것이다.

 

<우리의 주장>

1.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의 난국을 불러일으킨데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용산참사에 대한 책임자와 전직 대통령의 죽음까지 불러온 표적수사 기획자들에 대한 문책을 단행하라.

 

1. 정부는 국제 엠네스티와 인권위원회 등의 경고를 받아들여 언론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1. 4대강 살리기를 가장한 대운하 건설과 특권층에 대한 세제 감면, 친 재벌정책, 미디어 관련 입법 등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하는 편향정책 시도를 즉시 포기하라. 필요하다면 이들에 대한 공정한 국민투표를 제안한다.

 

1. 정부는 위기를 조장하는 대결적 대북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지난 10년간 남북협력의 성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여 화해의 계기를 만들고 인도적 대북지원을 즉각 재개하라. 또한 지금의 전쟁위기를 진정성 있게 협의할 수 있는 방식의 대북특사 파견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무책임한 PSI 가입을 즉각 취소하라.

 

1. 이명박 대통령은 기독교 장로로서 5년간의 짧은 세속권력보다 하나님의 공의를 더 두려워하고, 국민적 대의에 입각한 정치로 돌아설 것을 진심으로 촉구한다.

 

1. 한국기독교와 교회는 현 정권의 탈선과 위기정국에 대한 연대적인 책임을 통감하며 하나님과 민족 앞에 깊은 참회를 고백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종교로 거듭날 것을 충심으로 호소한다.

 

 

2009년 6월 일

 

이명박 정부의 탈선과 민족적 위기를 염려하는 기독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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