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학생총연맹 이사장 취임의 변  
                                                                                                                                 권진관 (KSCF 이사장, 성공회대 교수)

얼마 전 정상복 목사님이 부탁할 것이 있다고 전화하여 무슨 말씀인가 들어보니, K 이사장을 하라는 것이었다. 전형위원회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직은 아닌데 하고 사양했지만, 조그만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기회도 축복이라고 생각하여 “명령”에 복종하였다. K! 우리 세대가 20대 때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 젊음을 쏟아 부었던 곳이던가? 나는 1973년 그때 대학 3학년이었다. 그 때부터 그 다음해 4학년 초까지 유신반대와 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한 기독청년학생운동에 줄기차게 뛰어들었고, 1974년 봄 민청학련사건으로 K 간사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감옥에 갇히게 되었을 때, 그 영광된 자리에 함께 하게 되었다. 그 결과로 신학을 하게 되었고, 그 시대의 민중신학적 세례를 듬뿍 받게 되어 거기에서 지금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대학에서 쫓겨나 되돌아가지 못하다가 나중에 외국에서 신학 공부를 하여 박사 학위 받고 나서야, 대학에 다시 돌아가서 졸업장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기막힌 이력도 K와 학생운동 덕분이었다.

지난번 K 60주년 행사에서 나온 자료에서 생활신앙운동이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 그동안 기독학생운동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앞으로 좀더 구체적으로 기독학생운동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기쁘다. 젊은 학생들과 기독교운동을 함께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어 기쁘며, 이러한 자리에 많은 학자들과 선배들이 참여하여 지혜를 나눌 있게 할 것이다. 기독학생운동은 생활신앙운동이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사실, 우리가 대학에 다닐 때는 경제가 팽창하는 시기였고 대학생의 수 자체가 적었으므로 취직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민주화가 가장 중요한 주제였다. 그러나 오늘의 신자유주의적 시장 체제 하에서 취직과 직업은 가장 중요한 이슈요 문제가 되었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은 오늘의 젊은이들이 처해있는 상황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대졸 초봉 평균이 월 200 만원 이상이라는 자료가 나오고 있지만, 이것은 일부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정규직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바늘구멍과 같은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사실, 직업이 없으면 세상도 없다. 이 세상은 직업으로 구성된 것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직업이 없으면 세상도 없고 미래도 없다. 그만큼 직업은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렇다 할 직업이 없이 진행되는 생활도 많아 질 것이다. 이제 평생 직업을 제대로 갖지 못할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직업인지 아닌지 구별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게 될 것이다. 직업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 예전에는 nine to five, 6 days a week 일하는 것이 직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고 아무 시간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게 되었다. 어떤 때는 대박을 터트리지만, 한동안 아무것도 못 얻는 경우도 숱하게 있다. 결혼 적령기도 없어졌다. 예전에는 남자 20대 후반이 되면 서둘러 20대 초중반 여성과 결혼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노총각과 골드 미스가 넘쳐난다.

이렇게 변화된 세상에 우리는 직업과 생활, 그리고 신앙, 그리고 현안인 운동을 다시 생각하여야 한다. 나는 아직 뾰족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만 우리 진보적 기독학생운동은 다음 몇 가지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것은 우리 “진보적” 운동은 평생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적”이란 말에 따옴표를 넣은 것은 다른 적합한 표현을 찾지 못하였기 때문에 편의상 쓰기 위해서이다.) 이 세상의 어느 곳에 가서도 “진보”의 누룩이 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 아닌가 한다. 거창하게 말하면, 이 세상을 하나님의 나라와 같이, 공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으로 만드는 일에 작은 힘을 보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운동은 다양한 삶의 양식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공동체 생활을 하건, 개인적 생활을 하건, 혹은 집단과 단체의 생활을 하건 우리는 다양한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의 누룩이 되는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직업적 삶에 뛰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다양한 직업을 통하여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할 수 있다. 그리고 학생시절에는 다양한 생활공동체를 실험할 수도 있을 것이며, 다양한 연구 모임을 조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시절에 우리는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만이 이 세상을 헤쳐갈 수 있는 품성을 개발해 준다.

생활신앙운동은 한 가지의 커리큘럼으로 다 충족되지 못하겠지만, 그러나 일단 생활신앙훈련을 위한 커리큘럼을 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사무국에서 열심히 준비해 줄 것을 기대한다. 진보적 K 기독학생운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안정된 커리큘럼과 그 시행을 위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야 한다. 좋은 교재도 생각해 봐야 한다. 기독학생들이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문화의 현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자료를 출간을 위해서 이사회에서 작업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운동은 장기적인 계획과 비전을 가져야 하며, 교육적이어야 하고, 사회변화와 개인의 변화를 동시에 가져오는 것이어야 한다. 한국의 기독교의 진보진영에서 가장 장기적으로 존속해 온 것은 사회선교운동과 기독학생운동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운동을 통해서 수많은 좋은 지도력을 개발해 내었다. 앞으로 K는 이러한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세워 많은 젊은이들을 초대해야 한다고 본다.

K운동의 특징은 지식인들의 창조적 정신을 함양할 뿐 아니라, 봉사하고 자기 희생하는 정신을 북돋는다는 데에 있다. 어느 사회건 자기 희생할 줄 아는 지식인이 그 사회를 이끌게 되어 있다. 그러한 사회일수록 바른 사회이며, 사회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어 있다. K 선배들 중에서 우리 사회를 위해 큰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젊은 시절에 많은 것을 배우고 공부하며 창조적인 생각을 하는 훈련받았을 뿐 아니라, 자기희생을 감행할 줄 아는 분들이었다. 어려운 시대에 자기희생을 할 수 있는 젊은 예언자들을 길러내는 것이 K의 본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바락 오바마 미대통령당선자는 젊은 시절에 시카고의 빈민촌에서 알렌스키 방식의 CO (공동체조직) 활동을 하였던 사람이다. 운동은 사람을 성숙시키고, 역사의식을 가져다준다. K 운동은 이러한 좋은 지도자들을 길러내는 곳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K 운동을 통해서 내 자식 또래의 젊은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하며, 그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이제 이 젊은 친구들과 함께, 그리고 선배들의 지도와 도움과 참여로, K 운동의 역사의 새 페이지를 열어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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