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시 모음> 정연복의 '개미와 나'

 

+ 개미와 나

 

개미 한 마리

총총걸음을 친다

 

앞을 막아서면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계속해 길을 간다

 

기어코 가야 할

제 길을 알고나 있는 듯이.

 

여러 갈래의 길 위에서

방향 감각을 잃을 때가 많다

 

이 길은 어디로 통하는지

저 길은 또 어디로 가는 길인지

 

헷갈리거나 전혀 모를 때가

나는 꽤 자주 있다.

 

 

+ 개미와 사람

 

개미가 기어가는 걸 보면

참 조그맣다

 

그 작은 체구에

등짐 한 아름 지고서

 

어딘가 부지런히 가는 모습이

무척 안쓰럽다.

 

하늘에서 사람을 내려다보면

또 얼마나 작을까

 

조그만 점 같은 사람들이

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면서

 

하늘에 계신 하느님은

가슴이 퍽 찡하실 거다.

 

 

+ 개미를 위하여

 

"개미 한 마리 죽이지 말라"

불교의 말씀

 

가벼이 흘려듣지 말자

가슴 깊이 새기자.

 

사람의 눈으로 볼 때

미물(微物)에 불과한 개미

 

길을 걷다가 무심결에

밟아 죽이고서도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가던 길 계속 간다.

 

인간의 오만함이여

사람의 얄팍한 생각이여!

 

끝없이 너른 우주의

눈으로 보면

 

개미보다 월등히 큰

인간이란 존재도

 

한 점 먼지요

티끌에 지나지 않을 것을!

 

 

+ 개미

 

해가 뉘엿뉘엿 지는

어스름 저녁

 

길을 걸어가다가

개미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자신의 몸집보다 몇 배는 더 큰

죽은 벌레를 등에 짊어지고

 

이리저리 방향을 가늠하며

바쁘게 길을 갑니다

 

사랑하는 식구들이 모여 있는

집으로 향하는 모양입니다

 

행여 개미에게 방해가 될까

옆으로 비켜섰습니다

 

 

+ 개미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겨우 눈에 띄는

 

끝없이 넓은 땅의

작디작은 점 하나.

 

그런데도

조금도 기죽지 않고

 

온몸으로 힘껏

제 갈 길을 간다.

 

사람들의 억센 발에

밟혀 죽을지언정

 

절대로 굶어죽지는 않는

강한 생활력

 

눈부시게 아름답다

본받고 싶다.

 

 

+ 개미와 신발

 

소요산 부근 소요초등학교에 딸린

'지혜의 등대'라는 작은 도서관

사서인 아내에게서 들은 얘기입니다.

 

며칠 전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신발을 잃어버렸답니다

 

그 아이는 심성이 참 고운데

아마 또래 친구들이

짓궂게도 신발을 감춘 모양입니다

 

신발을 찾는다고 학교를 돌아다니더니

달랑 한 짝만 들고 왔대요

 

그리곤 잠시 눈물을 글썽이더니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면서

아내에게 말했대요

 

'선생님, 제 신발 한 짝을

누가 가져갔는지 알아요.'

 

아내가 그게 누구냐고 물었더니

샛별같이 반짝이는 두 눈 크게 뜨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답하더래요.

 

'개미 열 마리가

내 신발 한 짝을 물고 갔나봐요.'

 

개미는 제 몸집보다 큰 것도

물고 다닐 수 있으니

힘이 무척 셀 거라 생각했고

 

그런 개미 열 마리가 힘을 합하면

신발까지도 너끈히 물고 갈 수 있다고

나름대로 궁리했던 모양이에요

 

참 깜찍하기 그지없고

또 귀여운 발상이 아닌가요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맘속에는

멋진 시인이 살고 있나 봐요.

 

시 나부랭이라도 쓰려면

세상을 밝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동심이 참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 개미의 기도

 

저는 참 부지런해요

늘 최선을 다해 살아가요

 

빈둥빈둥 게으름 피우는 건

제 체질이 아닌가봐요.

 

주님!

 

오늘도 저는 할 일이 많이 있고

가야 할 곳도 많아요

 

집도 수리해야 하고

음식도 마련해야 하거든요

 

이렇게 바쁘게 생활하는 게

물론 이따금 힘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주님!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저는 열심히 일하고 싶어요

 

비록 제 몸은 고단하지만

그게 저의 보람이고 기쁨인 걸요.

 

그리고 또 하나

부탁이 있어요, 주님!

 

저는 몸이 너무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아요

 

사람들이 무심코

저를 밟지 않도록 해주세요

 

저도 아름다운 세상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거든요.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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