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 시 모음> 정연복의 장대비에게

 

+ 장대비에게

 

저 높은 하늘에서

이 낮은 땅으로

 

수직으로 세차게

내리꽂히는 너.

 

눈곱만큼의

망설임도 없이

 

높이에서 깊이로

곤두박질치는구나.

 

삶에서 무엇 하나를

정말 이루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온몸으로 보여주려는 듯.

 

 

+ 장대비

 

찔끔찔끔 내리는 비도

고맙기는 하지만

 

가뭄을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사정없이 퍼붓는

장대비가 가끔 내려야 한다.

 

나의 삶을 무너뜨릴 것같이

이따금 찾아오는 슬픔의 폭우도

 

내 가슴이 메마르지 않으려면

꼭 필요한 게 아니겠는가.

 

 

+ 장대비

 

장대같이 굵은 빗줄기

세차게 쏟아지니까

 

참 좋다

가슴속까지 시원하다

 

오랜 가뭄 끝에

찾아와 더욱 반가운 비야

 

모처럼 너의 숨겨진 힘

한껏 발휘해 보렴

 

목말랐던 땅

너로 흠뻑 취하게 하고

 

푸른 이파리들

더더욱 푸르게 해주렴.

 

오늘은

양력 71

 

너의 뜻밖의 방문으로

올해의 후반은 조짐이 상서롭다.

 

 

+ 비 오는 날의 시

 

주룩주룩

장대비 맞으며

 

푸른 이파리들

더욱 푸르다.

 

슬픔과 괴로움의

소낙비 내리는 날에

 

나의 정신 나의 영혼

더 맑고 깊어지리라.

 

 

+ 우산

 

아빠와 어린 아들이

소낙비를 뚫고 걸어갑니다

 

검정 우산은 아들 쪽으로

확 기울어 있습니다.

 

우산 바깥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아빠는 장대비를 쫄딱 맞아

 

흰색 와이셔츠 속의 맨살이

그대로 드러날 정도입니다.

 

지금은 아장아장 걸음

유치원생쯤의 꼬맹이

 

훗날 인생길 가다가 문득

빗속의 오늘을 떠올리게 될까요.

 

 

+ 마음의 바다

 

몇 시간

소낙비 내리면

 

얕고 좁은 개울물은

금방 차고 넘친다

 

하지만 장대비가

억수로 퍼부은 빗물도

 

넓고 깊은 바다에 잠기면

별것 아니다.

 

가끔은 맘속에

바다를 품어야 한다

 

살아가면서

켜켜이 쌓이는 눈물과 슬픔

 

삶을 짓누르는

갖가지 근심 걱정

 

이런 것들 모두 흘러들어

잔잔해지는

 

마음의 바다 하나

있어야 한다.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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