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노래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서시

 

+ 서시

 

내가 나를

좋아하게 될 그 날까지

 

나의 맥박이여

멈추지 말라.

 

내 가슴속에

사랑이 꽃 필 그 날까지

 

나의 심장이여

부디 멈추지 말라.

 

 

+ 흐르는 시()

 

파란 하늘에 흐르는

흰 구름을 보다가

 

소스라치게 한 편의

서정시를 읽는다.

 

<살아 있다는 것은

흐른다는 것

 

살아 있음으로 나는

오늘도 흘러 흘러서 간다.>

 

너도 나같이

흐름 속에 있어 보라고

 

그러면 삶이 가벼워질 거라고

구름이 온몸으로 쓰는 시.

 

 

+ 꽃과 시

 

꽃이 한철 피었다가

쓸쓸히 진다해도

 

꽃씨는 남아

다음 생을 기약한다.

 

가난한 시인의 목숨이

덧없이 저문들

 

한두 편의 시는 오래오래

누군가의 기억에 남을 거다.

 

아무리 써보아도 밥이 못 되어

미움을 사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꽃같이 눈부신

시여 아름다운 시여.

 

 

+ ()

 

나는 죽을 때까지

세상이라는 감옥에 갇힌

 

무기수는 아닐까

문득 생각하고 있는데.

 

작은 새 하나

힘찬 날갯짓을 하여

 

한 줄의 시를 쓰며

저 멀리 허공으로 사라진다.

 

<나는 절대 자유다.>

 

미사여구 따위는 없이

글자 하나 없이

 

찰나에 온몸으로 써버리는

가슴 섬뜩한 시.

 

 

+ ()

 

꼭 사람의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쓰고

 

입으로 멋지게 읊어야만

시가 아니다.

 

글자가 없이도

입이 없이도

 

세상에는 진짜로

좋은 시가 널려 있다.

 

하늘에 흘러가는

흰 구름 하나

 

가슴 깊이 울림을 주는

기막힌 서정시다.

 

눈에는 안 보이지만

느낌으로 아는 봄기운

 

지친 삶에 희망을 주는

참으로 고맙고 착한 시다.

 

하늘 아래 온 땅의

모든 것과 모든 사람

 

가만히 보면 하나하나

다 눈물겹게 아름다운 시다.

 

 

+ ()

 

너른 대지 위의

새까만 점 하나 같은

 

개미 한 마리

종종걸음 친다.

 

<오늘도 나는

내 갈 길 간다.

 

아무리 땅이 넓어도

나는 길을 잃지 않는다.>

 

온몸으로 신념에 찬

시를 쓰면서

 

땡볕에 후끈 달구어진 길

거침없이 간다.

 

 

+ ()

 

꼭 종이에다가

글자로 옮겨 적어야만

 

한 편의 시가

태어나는 게 아니다.

 

고요와 바람의 춤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초록 이파리들은 그 자체로

리드미컬한 운율의 시다.

 

눈이 부시도록 맑고

깊은 하늘 바다에

 

떠 있는 흰 구름 하나

평화로운 느낌의 서정시다.

 

이따금 문득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면

 

자연의 세계가 통째로

생동감 있는 시 같다.

 

 

+ 꿈속에 시를 쓴다

 

요 며칠 새 계속해

꿈속에 시를 쓰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면

시는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꿈결에 애써 지은 시의

한두 구절은 머릿속에 맴돈다.

 

명실상부한 시인의 대열에

슬쩍 끼어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아직은 무명의

삼류 시인인 줄 알고 있지만

 

깨어서도 열심히 시를 쓰고

잠결에도 시를 쓴다면

 

언젠가 꼭 언젠가는

좋은 시 하나 나올 수 있으리.

 

 

+ 아내의 시()

 

나의 아내는 시()

아내의 모든 게 내게는 시다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 한 송이

환한 기쁨의 시다

 

호수같이 맑고 선한 눈빛

아무리 보아도 참 예쁜 시다

 

깊은 밤 단잠을 자는 모습

고요한 평화의 시다

 

두 손 가지런히 모은 나지막한 기도

성스럽고 경건한 시다

 

이따금 쓸쓸한 아내의 뒷모습

내 가슴 아린 슬픔의 시다.

 

나의 사랑스러운 신부

나의 다정하고 지혜로운 길벗

 

, 아내는 작은 내 심장

고동치게 하는 시

 

이 목숨 다하는 날까지

읽고 또 읽어야 할 명시(名詩).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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