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사람 시 모음> 정연복의 나무와 사람

 

+ 나무와 사람

 

사람이 이 세상에

생겨나기 훨씬 이전에

 

나무는 이미 지상에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 사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날에도

 

어쩐지 나무는 오래오래

살아남을 것 같다.

 

삶을 지레 걱정하지 말고

하늘 우러러 맘 편히 살라고

 

늘 같은 자리에서

사람을 위로해주는 나무.

 

 

+ 나무와 사람

 

여름 한낮의 땡볕에도

나무는 별 탈 없다

 

자신의 온몸으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면 그뿐.

 

이따금 찾아오는 힘겨운

삶의 고통과 시련도

 

별것 아닌 듯 의연하게

견디어낼 수 있다.

 

푸른 희망과 용기가

살아 숨 쉬는 작은 숲 하나

 

가슴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하고 있으면.

 

 

+ 나무와 사람

 

일단 땅에 뿌리를

든든히 내린 후에는

 

그냥 내버려두어도 나무는

제 나름으로 잘 살아간다.

 

조금씩 키다리가 되고

덩치도 커질뿐더러

 

철 따라 꽃 피고 열매 맺으며

날로 성숙한 생의 모습이다.

 

사람도 나무랑

크게 다르지 않다

 

몸과 마음이 웬만큼

자라고 틀이 잡힌 다음에는

 

남의 간섭이나 도움 없이도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 나무와 사람

 

이 세상에는

사람보다 나무가 많다

 

그냥 많은 게 아니라

수천 배, 수만 배 더 많을 거다

 

말 많고 탈 많은

세상이 건재하는 이유다.

 

사람을 해코지하지 않는

착한 나무들이

 

인간의 억센 손에

잘리고 뽑혀 나갈 때

 

다치고 사라지는 건

나무만이 아닐 것이다.

 

 

+ 나무와 사람

 

나무와 사람 둘 다

하늘 아래 산다

 

아무리 우람한 나무도

무지무지 키가 큰 사람도

 

하늘 높은 곳에서 보면

한 작디작은 점이다.

 

나무는 한평생

푸른 하늘 우러러

 

착한 일만 골라하면서

보람 있게 산다.

 

나무가 살아가는 모습을

자꾸만 닮으려 애쓰면

 

사람도 나무같이

착하게 살아갈 수 있다.

 

 

+ 나무와 사람

 

나무는 하늘 향해

몸을 꼿꼿이 세우지만

 

목에 힘주는 것과는

영 거리가 멀다.

 

사람들은 하늘 아래

무릎 꿇고 기도하면서도

 

은근히 목에 힘주고

살아갈 때가 많다.

 

겉치레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진심으로

 

하늘을 우러러 사는

깊고 참된 겸손에 관한 한

 

사람들은 나무에게서

배울 게 참 많다.

 

 

+ 나무와 사람

 

다른 나무들은 모두

낙엽을 떨구고 있는데

 

단풍잎을 끝끝내

붙들고 있는 나무가 있다면

 

그 나무는

얼마나 꼴불견일까.

 

버릴 것을 버려야

새것을 기약할 수 있는데

 

뭐든 악착같이

움켜쥐고 살려고 애쓴다면

 

이런 사람의 모습은

얼마나 보기 흉할까.

 

 

+ 나무와 사람

 

나무들이

사람같이 말을 한다면

 

온 세상이

엄청나게 시끄러울 거다

 

길가의 나무들

숲이나 산의 나무들이

 

하루 종일

입을 분주히 놀린다면

 

사람들은 몹시 화나서

나무들을 베어버릴 거다.

 

이렇게 인간이란 존재는

자신을 잘 모른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하루에도 수천

수만 마디 말을 지껄이는

 

수다쟁이들을

나무들이 참아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를

사람들은 까맣게 모른다.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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