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이기는 시 모음> 정연복의 한겨울 풀

 

+ 한겨울 풀

 

풀이 살아 있네

나 보란 듯이

 

한파 속에서도 파릇파릇

살아 숨 쉬고 있네.

 

아직은 아스라이 먼

겨울의 끝이지만

 

꽁꽁 얼어붙은

땅속으로부터

 

연파랑 봄을

밀어올리고 있네.

 

 

+ 추위를 이기는 법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군인들은 좀처럼 감기에 안 걸린다

 

이래봬도 나는 군인이라는

자부심과 정신력이 있어서다.

 

칼바람 눈보라 몰아쳐도

겨울나무들은 끝내 버티어낸다

 

알몸뚱이의 안으로 안으로는

연둣빛 새봄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어금니를 딱 깨물고 가슴속에

사랑과 인생의 봄을 품고 있으면

 

기세등등한 동장군도

슬그머니 꽁무니를 뺄 거다.

 

 

+ 겨울을 나는 법

 

추운 겨울이면

몸이야 움츠려들어도

 

아무리 춥다고 한들

마음까지 위축되지는 말자.

 

얄미운 추위가

심술을 부리면 부릴수록

 

살을 에는

찬바람이 강하면 강할수록

 

가슴속에

모닥불 하나를 지피자.

 

불타는 사랑의 모닥불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작은 희망의 모닥불만 있어도

겨울을 날 수 있으리.

 

 

+ 겨울나무의 노래

 

매서운 칼바람

나의 맨살 파고들어도

 

울지 않으리

끝내 참으리.

 

지금 내 안에

연둣빛 새봄

 

살금살금

자라고 있으니.

 

아무리 추워도

아무리 힘들어도

 

죽지 않으리

끝끝내 살아남으리.

 

 

+ 모닥불

 

모닥불 주위에

옹기종기 둘러앉으면

 

심술쟁이

겨울 추위도 도망간다.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

가난한 마음들이

 

함께 나누는 한기

함께 나누는 온기 속에

 

동장군도 슬그머니

뒷걸음친다.

 

 

+ 마음의 온도

 

한파가 찾아왔다고

몸을 잔뜩 움츠리지 말자

 

바깥 기온이 떨어진 만큼

내면의 온도를 높이자.

 

누구를 미워하던 마음을

조금만 사랑 쪽으로 옮겨가자

 

불평불만을 한 스푼 덜어내고

그 대신 감사하는 마음을 보태자.

 

난방비 한 푼 들이지 않고서도

추위에 맞설 수 있다

 

마음의 온도를 약간만 올려도

긴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 동장군에게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친

오늘 아침

 

유달리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의 출근길.

 

두툼한 옷을 갑옷인 양

몇 겹이나 두른 게

 

마치 완전무장하고

전쟁터로 나가는 장군 같다.

 

칼바람을 마구 휘두르는

동장군(冬將軍)이여

 

기세등등한 너도 아내에겐

하릴없이 백기를 들어야 하리.

 

 

+ 겨울밤

 

긴긴 겨울밤을

무얼 하며 보내야 할까

 

추워서 죽겠다고

약한 모습 보이지 말자

 

사랑하는 가족들과

따뜻한 대화의 꽃을 피우자

 

그리운 벗을 생각하며

다정한 편지 한 통을 쓰자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를 읽어보자

 

한파 속에 더욱 빛나는

노점상들의 생명 의지를 기억하자

 

겨울나무의 몸속에서 자라고 있을

연초록 새순을 마음에 그려보자

 

겨울이 있으니 봄도 있는 거라고

낙관적인 생각을 하자

 

 

+ 겨울나무의 밤 기도

 

어제도 오늘도

긴긴 밤

 

어둠 속 칼바람은

잠도 없습니다.

 

달랑

맨몸뚱이의 나

 

살을 에는 추위에

눈물도 말라버렸습니다.

 

내 가슴속 새봄의 꿈이야

간절하고도 간절하지만

 

오늘밤은 다만

얼어 죽지만 않게 하소서.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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