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시 모음> 정연복의 눈높이

 

+ 눈높이

 

키 작은 꽃을 보려거든

꽃만큼 몸을 낮추어야 한다

 

채송화나 민들레같이

땅에 거의 닿은 꽃을 보려거든

 

꽃처럼 내 몸도

땅에 바싹 내려앉아야 한다

 

그래야 눈높이가 맞아

다정한 눈맞춤을 할 수 있다.

 

사랑은

너에게 나를 갖다 맞추는 일

 

너의 높이에 나의 높이를

너의 깊이에 나의 깊이를 맞추는 일

 

너의 기쁨에 나의 기쁨을

너의 슬픔에 나의 슬픔을 잇대는 일

 

그냥 네가 좋아

너에게로 가까이 가는 것.

 

 

+ 겉모습

 

우리 집

뒤 베란다 너머

 

24층짜리 아파트 너머

환히 보이는 도봉산

 

10층 높이도 안 되게

무척 낮아 보인다.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겉모습은

얼마나 기만적인가.

 

 

+ 하늘

 

저 높이 하늘에 오르려면

어찌하면 될까

 

간단하다

아주 간단하다.

 

연기같이

가벼워지면 된다

 

허공같이

텅 비면 된다.

 

자신을 굳이

높이려 하지 않으면서도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산을 보라 거목을 보라.

 


+ 시소

 

기쁨은 저만치

반대편에 높이 있고

 

지금 축 처진 슬픔의

시소에 앉아 있는 그대.

 

맥없이 슬픔의

그늘에 젖어들지 말아요

 

마음을 편안히 하고

온몸의 힘을 빼요.

 

슬픔의 무게

사르르 가벼워져

 

그대의 몸

허공으로 떠오르리니.



+ 담쟁이가 살아가는 법

 

까마득한 높이 앞에서

온몸 낮춘다

 

한평생

바싹 몸을 낮추어

 

하늘로 치솟은 벽을

그냥 수직의 평지로 생각하고

 

깊이에 충실하면서

끈질기게 앞으로 나아간다

 

생의 발전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않고

안달을 떠는 일도 없이

 

그냥 제자신의 속도로

후퇴 없이 느긋하게 전진한다

 

깊이 흘러가는 생 앞에서

높이는 별것 아니다.

 

 

+ 높이의 기도

 

주님!

 

저는 지금까지 충분히

인기를 누려왔어요

 

사람들이 저만 보면

환장할 정도라니까요

 

그러다 보니 제 자신도

무척 교만해진 것 같아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잘난 체를 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주님!

 

이제 더 이상 그대로 두면

안 되겠어요

 

깊이는 없고 저만 있는 건

너무 천박하고 위험한 일이잖아요

 

좀 늦은 감이 있기는 해도

지금부터라도 빨리 바뀌어야겠어요

 

앞으로는 저는 낮추어 주시고

대신 깊이가 날로 번창하게 해주세요

 

그래야 저도 안정되게 살 수 있고

깊이도 튼튼히 살아날 테니까요.

 

하늘의 높이를 내던지고

땅의 깊이로 쑥 내려오신 주님!

 

높이와 깊이의 바람직한 관계는

바로 당신의 전공 분야잖아요

 

그러니 이 문제에 관한 한

당신께서 도와주실 게 무척 많을 거예요

 

관심 갖고 열심히

도와주실 거죠, 주님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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