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노래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아내의 초승달

 

+ 초승달의 노래

 

지금은 나 야윈

조각달에 불과하지만

 

슬프다 슬프다고

울지 않으리.

 

작은 씨앗 하나가

움트고 자라서

 

예쁜 꽃이 피어나고

큰 나무 되듯.

 

아직은 눈썹같이 가는

나도 차츰 커져

 

이윽고 반달 되고

보름달 될 날 있으리니.

 

끝없이 너른 밤하늘의

작디작은 나의 존재

 

손톱만큼도

부끄러워 않으리.

 

 

+ 아내의 초승달

 

아차산 야간등산

하산 길

 

아스라이 동녘 하늘에

초승달 하나

 

선녀의 눈썹인가

가늘고 길게 굽어진

저 숨 막히게 예쁜 것.

 

늦은 귀가의 남편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든 아내

 

별빛 맑은 눈동자는

평화로이 감겨 있는데

 

바로 그 위에

초승달 두 개 떠 있네

 

만지면 사르르 부서질세라

새끼손가락 끝으로

 

조심조심 쓰다듬어 보는

한 쌍의 아미(蛾眉).

 

나는

행복에 겨운 나무꾼.

 

 

+ 반달같이

 

온전한 보름달은

못 되지만

 

절반의 모습으로도

은은한 빛의 반달같이.

 

점점 더 커져갈 줄도

점점 더 작아질 줄도 아는

 

융통성 있고 욕심 없는

마음의 반달같이.

 

늘 부족함이 많은

나의 삶 나의 존재이지만

 

저 하늘의 반달같이

환히 웃으며 살아야 하리.

 

 

+ 반달

 

내 생이

그믐달인 듯 야위어

쓸쓸함이 여울지는 날에도

 

나의 반쪽,

나의 영원한 사랑

반달 같은 당신 있어

 

허투루 눈물짓지 않으리

 

 

+ 보름달

 

어둔 하늘

휘영청 밝은

 

저 순한 동그라미

바라만 보아도

 

세상살이 근심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미움과 원망 수그러들고

그냥 마음이 고와진다.

 

태양같이 뜨겁지도

별빛처럼 차갑지도 않고

 

엄마의 젖가슴 마냥

푸근한 다정함으로

 

온 누리 환하게 밝히는

저 동그라미 그리려

 

누가 한 달에 한번

하늘에서 컴퍼스를 돌리는가.

 

 

+ 보름달

 

여러 모양의 달 중에

으뜸으로 큰

 

둥근 보름달

휘영청 밝은 밤이면

 

가슴속

그리움이 부풀어오른다.

 

멀리 떨어져 있어

하릴없이 그리움만 쌓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같이 보이는 저 순한 달!

 

밤하늘에

보름달 두둥실 뜬 날에는

 

그리움에

커다란 날개가 돋는다.

 

 

+ 손톱달의 기도

 

지금은 나의 생

손톱달같이 야위어

 

삶의 희망 또한

꺼질 듯 말 듯하지만.

 

하루하루 바람처럼

흐르는 세월에

 

반달도 되고 이윽고

환한 보름달도 되리니.

 

살아가는 일이 많이

힘들고 괴로운 날에도

 

괜찮다 괜찮다고

마음을 다독이게 하소서.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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