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생각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용서

 

+ 용서

 

어지간한 사랑

몇 개를 하는 것보다

 

한 사람을 용서하는 게

훨씬 더 힘들다는 걸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뼈저리게 깨닫는다.

 

사람은 자신이 남들에게 준

상처는 빨리 잊어버리고

 

남에게서 받은 마음의 상처는

두고두고 기억하기에

 

용서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 구두

 

그 사람과는 얼굴

마주치고 싶지 않다

 

오랜 세월 쌓인

맘속 앙금이 태산 같다

 

용서도 화해도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다가도 그 사람이

벗어놓은 낡은 구두를 보면

 

왠지 안쓰럽다

다 용서해 주고 싶다

 

이제는 낡아진 앙금이라고

훌훌 털어 버리고 싶다.

 

 

+ 파리에게

 

넌 뭐 그리

잘못한 일이 많아

 

하루 종일 두 손 모아

싹싹 비는 거니?

 

하지만 내 앞에서는

그리하지 않아도 된다

 

안으로 몰래 감추고

얘기를 안 해서 그렇지

 

사실 나는 용서를 빌 일이

부지기수인 것을.

 

내 주위의 사람들이 알면

깜짝 놀라고도 남을

 

몹쓸 생각

부끄러운 행동이

 

내 삶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을.

 

네가 내 앞에서

잘못했다 자꾸만 빌면

 

낯짝 뜨거워

견디지 못하겠구나.

 

 

+ 미안해

 

사람들끼리 이 한마디만

진심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세상 풍경이

몰라보게 달라질 것입니다

 

엉켰던 관계의 실마리가 풀리고

불신과 오해의 안개가 걷힐 것입니다.

 

어쩌면 사랑해라는 말보다도

더 의미가 깊고 필요한 말

 

그러면서도 입안에서만 맴돌 뿐

우리가 좀처럼 표현하지 못하는 말

 

나의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겸손히 용서를 구하는 말

 

미안해.”

 

 

+ 눈물

 

눈물은

세상에서 제일 맑은 창()

 

그 너머로 보면

모든 게 투명하게 드러난다.

 

세상의 모든 사람과 사물의

본연의 모습

 

유한함과 연약함과 아름다움이

가만히 엿보인다.

 

그래서 이 모습 그대로를

너그럽게 이해하고

 

용서하고 품어주고 싶은

선하고 깊은 마음이 생겨난다.

 

이슬같이

맑은 눈물 한 방울

 

온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빛나는 보석이다.

 

 

+ 용서를 위한 기도

 

어느 한 사람이

죽이고 싶도록 미워질 때

 

한순간 가슴을

진정시키게 하소서.

 

내가 그를

해코지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죽음이

그 사람에게 입맞춤할 줄 알게 하소서.

 

그 사람도, 나도

똑같이 가난한 목숨이고

 

훗날 죽어서 만날

형제자매라는 것을 기억하게 하소서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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