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아름다움 시 모음> 정연복의 ‘꽃은 왜 예쁜가’ 외
+ 꽃은 왜 예쁜가
찬이슬 내리면
찬이슬 맞고
소낙비 내리면
소낙비 맞는다.
불평
한마디 없이
온몸으로
가만히.
꽃은 그냥
예쁜 게 아니다
삶의 고통과 시련
다 겪어서 예뻐진 거다.
+ 꽃은 왜 아름다운가
타고난
자기 모습으로 흡족하다
꾸밈이라곤 없다
성형수술이 뭔지 모른다
거울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피고 지는 걸 개의치 않는다
살고 죽는 걸 근심하지 않는다
아무 것도 욕심 부리지 않는다
마음이 늘 편안하다
언제 어디에서 보아도
밝고 태평스러운 얼굴이다.
+ 꽃은 왜 아름다운가
티내지 않고
가만가만 피어나서
한철 말없이
세상의 작은 빛이다가
때가 되면 겸손히
고개 숙이고 진다.
세상에 오는 것
세상을 사는 것
세상을 떠나가는 것
모두 다 자연스럽다
아무런 욕심 없고
눈곱만큼의 무리함도 없다.
+ 꽃은 왜 아름다운가
쉽게 피는 꽃은 없다
세상에 그런 꽃은 없다
도깨비 방망이가
신기한 요술을 부리듯
금방 피어나는 꽃이 있다면
얼마나 꼴불견일까.
봄이면 산에 들에
불길같이 번지는
진달래꽃
한 송이 한 송이도
실은 긴 고통과 기다림
끝에 피는 것.
그래서 세상의 꽃들은
아무리 작은 들꽃 하나라도
아름답기 그지없고
거룩하게까지 보이는 거다.
+ 꽃은 왜 아름다운가
한철 눈부시게
꽃이 피었던 그 자리가
꽃이 지는
바로 그 자리라는 것.
꽃은 자리에 조금도
연연하지 않고
때가 되면
총총 사라진다는 것.
그리하여 꽃은
삶과 죽음 모두에서
티 없이 맑고
더없이 가볍다는 것.
꽃은 활짝 웃는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혼이
더 깊고 아름답다는 것.
+ 꽃은 왜 예쁜가
꽃은 피고 지는 일에
마음을 두거나 걱정함이 없다
제철이 되면 피어서
한철 조용히 불 밝히다가
때가 되면
고분고분 사라지면 그뿐
일찍 피려고 안달하지도
지지 않으려고 떼쓰지도 않는다
허튼 욕심 안 부리고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간다.
이렇게 무심(無心)이요
무욕(無慾)이니
언제 보아도 그 모습
평안하고 예쁠 수밖에!
+ 꽃의 아름다움
꽃은 예쁘다
언제 보아도 예쁘다
이 꽃 저 꽃 따질 것 없이
어느 꽃이라도 예쁘다.
유명한 꽃이든 무명한 꽃이든
큰 꽃이든 작은 꽃이든
저마다의 모양과 색깔로
가만히 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교만함도 없이 비굴함도 없이
자기 본연의 자리에 만족함으로
비교급을 허락하지 않는
존재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다.
+ 꽃의 아름다움
세상의 모든 꽃들
슬쩍 보기만 해도 아름답지만
꽃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겉모습에 있지 않다.
내 모습을 좀 보라고
나의 아름다움을 알아달라고
칭얼대거나 안달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 꽃
사람들이 보든 말든
아무런 상관하지 않고
한철 피었다가
고요히 사라지는 꽃.
이렇게 속으로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깊고 그윽한 마음이
꽃을 참으로
아름답게 만드는 거다.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