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시 모음> 정연복의 꽃잎 편지

 

+ 꽃잎 편지

 

시작과 끝이

잠시의 꿈같았던

 

나의 생을 마감하면서

몇 글자 적어요.

 

육체의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못하니

 

보이지 않는 정신이며

영혼에도 관심 가지라는 것.

 

생겨남과 사라짐

삶과 죽음

 

모두 한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것.

 

 

+ 무지개 편지

 

잿빛 하늘

한바탕의 소낙비 너머

 

일곱 빛깔 영롱한

내가 생겨나요.

 

지금 당신의 삶이

잔뜩 흐리거나 깜깜해도

 

절망하지 말아요

눈물 많이 흘리지 말아요.

 

오락가락하는 날씨같이

인생살이는 변화무쌍한 것

 

머잖아 당신의 삶에도

찬란한 무지개가 뜨리니.

 

 

+ 바람의 편지

 

사람들의 눈에 안 보여도

나는 있어요

 

세상 어디든 맘껏 여행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남들보다 가진 게 적다고

불평하고 때로 기죽는 사람들

 

눈에 번쩍 띄는 것들에

온통 정신이 팔린 세상이여.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요

 

행복은 물질의 일이기보다

가슴의 일이라는 걸 잊지 말아요.

 

 

+ 단풍잎 편지

 

겨우 며칠만

눈부실

 

내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 것.

 

묵묵히 안으로

몇 계절 동안 익어온

 

나의 보이지 않는

영혼을 생각해볼 것.

 

한순간 허공에 맴돌다

땅으로 추락하는

 

작고 가녀린 내 몸을

슬퍼하지 말 것.

 

지상에서 한 생

어엿이 살아내고서

 

대지의 품으로 돌아가는

내게 박수를 쳐줄 것.

 

 

+ 천국 편지

 

죽은 다음에 나에게

올 생각은 하지 말아요

 

저 높은 하늘 어딘가

내가 있을 줄 믿지 말아요.

 

지상에서 나그네 인생길

걸어가는 틈틈이

 

당신의 가슴속을

가만히 들여다보아요.

 

누구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으며

 

행복해하는 당신의

가슴속에 내가 있을 거예요.

 

 

+ 아내에게 쓰는 가을편지

 

지금 창밖에 한 잎 두 잎

낙엽이 지고 있습니다

 

무성했던 단풍잎이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온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신부 나의 아내여

 

지난 삼십 여년

우리의 사랑을 뒤돌아봅니다.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왠지 외롭고 눈물겹던 가을

 

당신으로 말미암아 사뿐

행복한 계절이 되었습니다.

 

이제 목숨의 남은 날들에

우리의 사랑 더 곱게 물들이다가

 

어느 하루 같은 날에

둘이서 다정히 낙엽 되어요.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283 바람예수글 낙엽 기도 바람예수 2018-10-25 33
15282 바람예수글 늦가을의 작은 기도 바람예수 2018-10-25 43
15281 바람예수글 늘그막의 노래 바람예수 2018-10-25 45
15280 바람예수글 낙엽 바람예수 2018-10-25 45
15279 바람예수글 영원한 사랑 바람예수 2018-10-25 38
15278 바람예수글 단풍잎 하나 바람예수 2018-10-24 53
15277 바람예수글 신나는 인생 바람예수 2018-10-24 57
15276 바람예수글 위로하는 시 바람예수 2018-10-24 70
15275 바람예수글 징검다리 바람예수 2018-10-24 48
15274 바람예수글 뽀뽀 바람예수 2018-10-24 45
15273 바람예수글 빗속 꽃잎 바람예수 2018-10-24 47
15272 바람예수글 사랑의 꽃 바람예수 2018-10-23 53
15271 바람예수글 은행나무에게 바람예수 2018-10-23 48
15270 바람예수글 행복으로 가는 길 바람예수 2018-10-23 51
15269 바람예수글 은행나무 바람예수 2018-10-23 45
15268 바람예수글 <빛깔을 노래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색깔론’ 외 바람예수 2018-10-21 80
15267 바람예수글 반성 바람예수 2018-10-21 53
15266 바람예수글 갈대의 노래 바람예수 2018-10-21 53
15265 바람예수글 생의 연주 바람예수 2018-10-21 55
15264 바람예수글 애인에게 바람예수 2018-10-21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