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청년학생 평화순례에 참가한 여러분 모두를 환영합니다. 평화순례에 참석한 여러분들은 아마 나름대로 각자의 목적과 이유를 가지고 이 자리에 함께 모였을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은 평화나 통일에 대한 관심도 있을 수 있고, 또 바다 건너 다른 사회문화(전통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젠더, 역사적 상황을 다 이야기해야하는 것이지만 이 글에서는 이런 모든 내용을 포괄하여 사회문화라고 표현합니다)에서 사는 동시대의 젊은이들끼리의 만남이라는 약간은 이국적인 정취를 기대했을지도 모르고, 또 저렴한 가격에 절경이라는 금강산을 가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참석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누구는 ‘친구따라 강남가듯이’ 이 자리에 왔거나, 또 아는 분의 권유 때문에 왔는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이 자리에 모였고 4박5일간 어울려 먹고, 딩굴며 지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함께 모인 우리들 절반 이상은 상대방이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역없이는, 그리고 때로는 통역마저도 진지하고 속깊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오랜 동안 사귀어온 친구라면 아마 대화를 하지 않고도 눈빛만으로도 상대방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알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대화를 하지 않고는 상대방의 생각을 전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그중에 절반은 나머지 절반이 쓰는 자연스런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여기에 모인 우리들의 상황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자란 청년학생들이, 의사소통도 부자연스러운 상태에서 함께 평화에 대한 체험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공동연수의 커다란 의의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소통의 어려움은 우리들이 처해있는 이 시대의 상황을 적절하게 드러내 줄 것입니다. 소통이 곤란한 상황에서 평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지구라는 공동체의 생존가능성을 드러내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입니다.

다른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만난다는 일은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규칙/윤리/척도 등을 연장하거나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규칙 을 가지고 살아가는 타자를 만나, 타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나/우리의 규칙을 내려놓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소통이라는 말은 본래 내가 잘알지 못하는 어둠의 세계로의 도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어둠속으로 도약을 통해서 우리는 이 시대에 평화를 만든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 일부를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공동연수는 교실속에서 우리의 머리로 이해하는 어떤 개념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는 이해하기 곤란하지만 삶을 통해서 느끼는 나/우리와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감수성을 예민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조금 어렵게 말한다면 타자의 타자성을 주목하여 성찰하고, 타자와의 어울림을 우리의 감각을 통해 민감하게 만드는 일, 그래서 우리의 무의식처럼 기동하는 삶의 습관을 미미하나마 변화시켜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일을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쉴 새없이 구체화시킬 수 있게 될 때, 평화라는 것이 허공 속에 뜬 개념이 아니라 이 시대를 뚫어내는 구체적인 사건임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4박 5일간의 평화순례를 통하여, 여러분 모두가 ‘타자와의 소통과 어울림’이 무엇인지를 감지하고 ‘몸의 공명’이 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5380 바람예수글 사순절 묵상자료 - 이해인 수녀의 '사순절의 기도' 외 16편의 시와 기도 바람예수 2010-01-11 20137
15379 사무국 이야기 감청 소식지 <그루터기>2008년 2월호에 실린 김오성 총무님 인터뷰 file 양영미 2008-03-05 19899
15378 사무국 이야기 사순절의 시작 - 재의 수요일 김오성 2008-02-06 18213
15377 사무국 이야기 3. 지연된 종말론 김오성 2008-06-07 17717
15376 사무국 이야기 김오성 총무,“기독청년들 생활신앙운동 필요” KSCF 프로그램코디 2008-07-30 17374
15375 사무국 이야기 2. 바벨과 오순절 김오성 2008-05-27 17176
15374 사무국 이야기 세계 에큐메니칼 흐름도-1 file KSCF 프로그램코디 2008-03-06 16950
15373 사무국 이야기 4. 장구한 변혁으로서 생활신앙운동 김오성 2008-07-08 16723
15372 사무국 이야기 72시간 연속 촛불집회 [1] 김오성 2008-06-04 16671
» 사무국 이야기 소통과 어울림, 그리고 몸의 공명(한일 기독청년 공동연수) 김오성 2008-02-26 16514
15370 사무국 이야기 [작년 총무님 기사 입니다.] KSCF 프로그램코디 2008-11-24 16392
15369 사무국 이야기 1. 사라지기, 혹은 다시 시작하기 [2] 김오성 2008-05-20 16033
15368 바람예수글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바람예수 2009-10-29 15484
15367 사회 1988년전두환이순자구속처벌및평화구역철폐를위한기독자결의문(1988년09월09일) file KSCF자료정리간사 2009-04-03 14898
15366 사무국 이야기 지나간 자리의 두려움 file [2] KSCF자료정리간사 2010-01-04 14233
15365 학문 1964년한국기독학생회KSCM방향에대한질문(기독학생운동토론문) file KSCF자료정리간사 2009-04-10 14149
15364 사회 1988년성남지역고려피혁노동형제들의농성투쟁을적극지지하며(1988년06월30일) file KSCF자료정리간사 2009-04-03 14093
15363 바람예수글 200그램 죽 속에 있는 하나님 바람예수 2007-11-15 14084
15362 사회 ‘유기농 대부’ 강대인 씨 단식기도 89일만에 숨져 file [1] pancholopez 2010-02-01 13589
15361 사무국 이야기 현 시대 기독학생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 file KSCF 프로그램코디 2008-07-28 13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