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라지기, 혹은 다시 시작하기

사무국 이야기 조회 수 15968 추천 수 0 2008.05.20 13:37:15

기독학생운동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공공연한 이야기 혹은 진부한 이야기가 되어버린지 오래이다. 이와 더불어 기독학생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일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기독학생운동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기독학생운동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있다면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거나 아니면 사라지기라는 절대적으로 구석에 몰린 상황이라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현재 기독학생운동은 망한 부자가 버티고 있는 3년째의 마지막 한 해라는 절박함을 가져야 한다.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기독학생운동이 활발하게 움직일 때 가지고 있던 정신과 상상력을 오늘 우리 시대에 걸맞게 다시 불러 일으켜야 하는 것을 말한다. 초기에 기독학생운동은 학원에서 기독교인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가를 고민했었다. 그리고 점차로 기독학생운동은 ‘한국을 새롭게’라는 새로운 비전과 상상력을 가지고 활동하였다. 이러한 고민과 상상력을 통하여 기독학생들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헌신하면서 한국 사회를 하나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사회가 되도록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고, 그 상상의 일부를 성취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현재 기독학생운동은 한국 사회에 대한 어떠한 상상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켜서 사회를 새롭게 하고자하는지, 그리고 우리를 어떻게 새롭게 하려고 하는지를 스스로 물어보고 대답해야 할 것이다.

기독학생운동의 현재적 과제를 참기 위해서 우리가 출발해야 할 지점은 현실 문제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새롭게 지도를 그려보는 일일 것이다. '새로운 지도 그리기'는 과거에 어떤 활동을 같이 해왔는가 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무엇을 변화시켜야하는가를 서로 이야기하는 작업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푸른 바다로 변한 뽕나무 밭과 현재적 상황에 뽕나무 밭 시절에 그려졌던 지도를 가지고 여전히 뽕나무 밭을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아니면 조각난 지도만을 가지고 큰 대륙을 탐사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는지를 살펴보면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은 나와 같은 지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변화된 지형을 바라보면서 자기를 변화시키려는 태도를 지닌 사람들과의 소통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의 지도만이 '올바른 지도'이니 이 지도를 보고 우리가 가려는 방향으로 따라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도들을 서로 공유하면서 이 험악한 지형을 뚫고 나가려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대화와 소통의 과정은 전혀 이질적인 것을 전제로 그 사이에서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생물계에는 '동종 유전자에 의한 생식'을 유전적으로 거부하는 생리적·문화적 장치가 되어있다. 동종 유전자에 의한 생식은 실험실과 같은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유용한 생식 전략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멸종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이질적인 유전자를 서로 받아들여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나누는 과정이 서로를 살려내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은 쉬운 일은 아니며, 오히려 갈등과 혼돈, 방황과 부적응, 아릿함과 뻐근함,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 혹은 사라지기'는 기독학생운동이 길을 잃어버렸다는 조난의 신호이며, 그래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조각난 지도를 같이 나누어보고자 하는 구조불빛의 표현이기도 하다. 기독학생운동이 우리에게 선사한 상상력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일, 그래서 우리 앞에 놓여진 심연과 어둠을 똑바로 바라보는 일,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서 서로에게 성찰의 근거가 되는 일!


김오성

2008.05.20 13:43:19
*.160.136.28

KSCF 총무를 맡고나서 "현 시기 기독학생운동론으로서의 생활신앙운동"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이 글은 제 생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학생들과 선배들, 간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또 몇 학교 동문들을 만나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이야기입니다. 그분들과 이야기가 없었다면 앞으로 몇 번에 걸쳐서 실릴 글들이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당시에 썼던 글을 조금 수정하여 몇 회에 걸쳐 게재하려고 합니다. 어떤 분이라도 이 글에 대하여 하시고 싶은 이야기나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이야기들이 올라오면 거기에 대해서 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어 보겠습니다.

KSCF 프로그램코디

2008.05.21 14: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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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감사합니다. 이 글이 기독학생운동을 다시 돌아보는 한 과정에 작은 마중물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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