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지연된 종말론

사무국 이야기 조회 수 17728 추천 수 0 2008.06.07 15:38:02

오순절 사건을 경험한 초대 교회 공동체들은 예수가 보여주었던 하나님 나라의 운동을 계속하였다. 하지만 예수의 운동을 경험했던 초창기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감에 따라 예수 공동체들은 종말이 곧 임박하지 않을 것이라는 깨닫기 시작하였다. 종말의 지연은 필연적으로 예수 운동을 하던 공동체들에게 새로운 신앙/신학적 성찰과 실천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들은 예수의 이야기를 문서화하기 시작하고 이 문서를 통한 교육을 중요한 것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21 세기,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지연된 종말론에 따르는 신앙/신학적 실천에 대한 질문이다. 지연된 종말론은 우리의 운동이 한 순간에 불살라지는 운동이 아니라 우리의 전 생애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운동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돌아보게 하였다. 어떤 특정한 시기에만 행해져야 하는 운동이 아니라면 그리고 우리의 전 생애를 통하여 이루어질 운동이라면 우리들의 접근방식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과거 기독학생운동은 '한국을 새롭게/민족공동체를 새롭게'라는 기치아래 에큐메니칼 정신에 입각하여 학원과 사회와 교회라는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증거하기 위하여 행진을 계속해 왔다. 이러한 고백적 신앙실천의 주제의식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식은 이제 보다 다차원적이고, 중층적이며, 자신의 전문영역을 확보하면서 자신의 삶 전체를 바꾸어나가는 운동이 되어야만 한다. 엄혹한 시절에는 당면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되었다. 하지만 형식적 민주화를 거친 우리는 민주화의 실천이라는 것이 단지 형식적 민주화만이 아니라 급진적 민주화/다른 민주화를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민주의 제도만이 아니라 민주를 만들어내는 내 삶의 양식/실천/전환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억압적인 체제가 저 밖에 어디에서 나를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 내 속과 내 삶에서 나의 일상적인 삶을 통하여 구조화되고 체계화된다는 것을 주목하게 된 것이다. 사회구조와 제도의 변화를 그렇게 목놓아 외치던 기독학생운동이 내 삶의 내밀한 체계와 실천을 다시금 전면에서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기독학생운동은 자신들의 삶 전체를 사회와 관련시켜 성찰하고 새롭게 삶의 방식에 대한 전환, 일상의 새로운 구성을 꿈꾸는 장구한 변혁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삶의 방식에 대한 전환/일상의 새로운 구성이라는 테제는 90년대 문화연구 진영에서 이야기한 테제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테제들이 우리 삶을 새롭게 조망하는 언어로서 등장하자마자 현학화되고 강단의 언어로 전락해버린 것은 빈약한 성찰성에 대한 자기반영적 모습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기독운동 진영은 신앙고백적 실천/성찰적 실천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장구한 변혁을 새롭게 제기할 수 있는 좋은 기반과 토양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기독학생운동이 가지고 있는 겹과 곱의 사고들이 이러한 실천들을 한층 풍성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할 것이다. 21세기 기독학생운동은 삶의 방식에 대한 전환을 이루어내는 운동이어야 한다. 이것이 일상적 삶의 영역 안에서 ‘거룩’이라는 하나님의 뜻을 찾았던 바리새 운동이나, 폭력적 힘으로서 대항하려던 열혈당원의 운동이나, 세속세계의 더러움을 피해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었던 에세네파나, 권력을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 했던 사두개파들과는 다른 예수 운동의 독특성일 것이다. 이 세계를 떠나지 않으면서, 이 세계를 성찰하고, 이 세계안에 살면서 이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하여 참여하며, 자기 동일성의 반복을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거울을 깨트릴 타자에 주목하는 방식! 타자를 공대하는 방식의 하나로 예수 운동을 바라보는 것은 지연된 종말의 세계를 타고 넘어가는 하나의 방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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