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시 모음> 정연복의 환갑날

 

+ 환갑날

 

오늘

회갑을 맞았다

 

아직 인생이 뭔지

또 사랑이 뭔지 모르는 내가.

 

숨 가삐 절정으로 치닫는

단풍잎들을 보면서

 

소스라치게 가슴 때리는

질문 하나.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나의 생 나의 영혼도 한번은

고운 빛으로 물들 수 있을까.

 

 

+ 환갑날에

 

어쩌다가

나 세상에 생겨나서

 

여태껏 이만 개가

넘는 날을 살아왔다.

 

이제 운 좋게

별 탈 없이 살아봤자

 

나그네 인생길 끝까지

남은 날은 만 개쯤.

 

내리막을 걸으며

하산할 때같이

 

몸과 마음의 힘을 빼고

느긋이 걸어야겠다.

 

 

+ 환갑을 자축하는 시

 

오늘로 내 나이

예순한 살

 

지나온 세월이

한줄기 바람 같다.

 

이제 몸은 여기저기

많이 낡았다

 

눈이 침침하고

머리에는 흰 서리 폴폴.

 

하지만 슬퍼할 것

하나 없다

 

지금껏 보이지 않던 게

조금씩 눈에 들어오니까.

 

너른 자연세계 속의

작은 나의 존재가 보이고

 

삶과 죽음 또 있음과 없음이

한 동전의 양면임이 느껴진다.

 

육체는 날로 쇠하나

정신은 더 깊고 새로워지니

 

참으로 기쁘고 복된 날

나의 환갑날이여.

 

 

+ 아름다운 생 - 환갑 축시

 

꽃은 자기가

얼마나 예쁜 줄을 모른다

 

때가 되면 피어

한철 세상의 빛으로 살다가

 

조용히 지면 그뿐

자신의 존재를 뽐내지 않는다.

 

나무는 자기가

얼마나 멋있게 사는 줄을 모른다

 

조금도 서두름 없이 해마다

남몰래 나이테 하나 지으면서

 

거친 세상의 그늘이 되면 그뿐

나 여기 있다고 큰소리치지 않는다.

 

이 땅에 태어나 지금까지

예순 한 해 동안의 인생길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일도 없고

누구와 등지는 일도 없이

 

남들보다 앞서 가겠다고

안달 떠는 일도 없이

 

그냥 자기다운 삶의 속도와 빛깔로

한 걸음 한 걸음 디뎌

 

이제는 잘 숙성된 포도주같이

좋은 향기가 묻어나는

 

너의 생은 참

아름답고도 아름답구나.

 

 

+ 환갑

 

마음을 욕심 없이

비우면

 

나도 겨울나무같이

무심(無心)한 모습 될 수 있을까.

 

마음을 텅

비우고 또 비우면

 

나도 허공같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뭔가 가득해서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잔보다는

 

빈 잔이 더욱 아름답다는 걸

가슴 깊이 느껴 가는.

 

지금껏 이룬 것 하나 없어

마치 빈 잔 같은

 

내 인생이 그래도 싫지만은 않은

어느새 내 나이 예순하나.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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