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에 관한 시 모음> 정연복의 인생 열차

 

+ 인생 열차

 

내 자신이 원해서

올라탄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죽음의 종착역까지는

타고 가야 한다.

 

느려 터져서 따분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가끔은 너무 빨라서

정신을 못 차릴 때도 있다.

 

가슴을 활짝 열고

호기심 어린 눈동자만 있으면

 

즐겁고 또 슬픈 풍경을

연달아 스쳐지나간다.

 

 

+ 열차

 

열차를 타고

황금물결을 지나간다

 

창가에 연달아 스치는

누렇게 익은 벼.

 

내가 올라타 있는 인생 열차는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나의 생 나의 영혼도

나름 잘 익어가고 있을까.

 

올해도 벌써 한 잎 두 잎

낙엽은 지고

 

나그네 여행의 종착역

날로 가까워 오는데.

 

 

+ 열차

 

이따금 들뜬 마음으로

기차 여행을 할 때

 

맨 앞쪽 칸에 타든

맨 뒤쪽 칸에 타든

 

결국은 똑같은

종착역에 가닿는다.

 

인생 열차도

다를 게 하나 없다

 

떡하니 앞에 탄 사람이나

맨 나중 칸에 탄 사람이나

 

죽음이라는 종점에

닿는 것은 마찬가지.

 

 

+ 낭만 열차

 

타세요 즐거운 맘으로

어서 타세요

 

가을 들판을 달려갈

낭만 열차입니다.

 

물론 공짜이니까

지갑이 얇아도 괜찮아요

 

가을의 허공같이

텅 빈 마음만 있으면 돼요.

 

머릿속 복잡한 생각은 지우고

가슴 하나만 잘 챙겨요

 

열린 들판 열린 삶으로

기쁘게 행복하게 달려가요.

 

 

+ 완행열차

 

사람들을 빽빽이 싣고

정거장마다 멈추어 서며

쉬엄쉬엄 가는

완행열차에 서린

옛 추억이 그립다

 

급할 것 하나 없이

창문 밖으로 연달아 스치는

세상 풍경들을 감상하며

흐르는 시간도 까맣게 잊다 보면

어느새 종착역에 가 닿았지

 

그래,

한세상 그렇게 살다가 가자

인생이라는 열차에 함께 타고 있는

사람들과 정겨운 눈인사도 나누고

호기심에 눈망울을 굴리며

 

먼 훗날을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내 눈앞에 펼쳐지는

다채로운 세상의 모습들에

이 마음도 출렁이며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자

 

저만치 종착역에

불빛 깜빡이는데....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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