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시 모음> 정연복의 아내와 함께 걸었다

 

+ 아내와 함께 걸었다

 

색색의 잎들이

고운 단풍 물든 길을

 

아내와 손잡고

나란히 걸었다

 

발걸음 척척 맞추어

다정히 걸었다

 

늦가을의 서늘한 바람도

말없이 동행해 주었다.

 

이렇게 같이 걷기만 해도

행복한 우리 둘은

 

목숨의 끝까지

좋은 길동무 되리라.

 

 

+ 동행(同行)

 

우리 부부는

함께 걷기를 무척 좋아한다

 

언제 어디에서나 다정한 동행이

우리 사랑의 익숙한 모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 둘이

꼭 오누이 같다고 말한다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목숨의 끝까지 나란히 걷자던

 

첫사랑 그 시절의 굳은 맹세

고이 지켜

 

햇살 따스한 봄의 꽃길

소낙비 내리는 여름의 진창길

 

쓸쓸히 낙엽 진 가을의 오솔길

찬바람 몰아치는 겨울 들판에서도

 

두 마음

한 마음으로 잇대어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행복하게 걸어갈 것이다

 

 

+ 들길

 

하늘이 훤히 다 보이고

저만치 산도 보이는

 

사방이 탁 트인 들길 따라

걸으면 참 좋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가슴속까지 시원하고

 

초록의 풀들과 사이사이

들꽃들은 또 얼마나 예쁜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길 따라 걷기만 해도

 

심신이 깃털같이 가볍고

문득 나도 하나의 길이 된다.

 

 

+ 낙엽의 오솔길

 

낙엽 쌓인

오솔길을 걷는다

 

땅에 떨어지고서도

여전히 어여쁜

 

아니, 땅에 떨어져

더욱 어여쁜

 

한철 눈부시게 빛나던 생이

고이 저물어 가는

 

쓸쓸하면서도

거룩한 길을 걷는다.

 

지상을 거니는

내 인생길의 끝에서는

 

나도 저렇게 한 잎

순한 낙엽이 될 줄 믿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낙엽의 길을 걷는다.

 

 

+ 황소걸음

 

세월아 네월아

참 느리게도 걷는데

 

어느 틈에

갈 길 다 간다.

 

황소가 걷는 건지

길이 걸어가는 건지

 

문득 헷갈릴 만큼

길과 말없이 하나 되어.

 

서두름도 없이

그 무슨 욕심도 없이

 

제 인생길 가만가만 가는

황소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 천생연분

 

구월의 싱그러운 밤을

코스모스 늘어진 중랑천

산책로를 따라

 

손깍지로 다정히 하나 되어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아내와 함께 걸었다

 

이십여 분 걸었을까

슬리퍼를 끌고 나온 나는

발등에 서서히 물집이 잡혔다

 

아내는 두툼한

등산 양발을 벗어

내 큼지막한 두 발에 신겨 주었다

 

한참을 걷더니 아내가 말한다.

여보, 나도 발등이 쓰라려 오네.’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더니

오른쪽 발등이란다.

 

사실 난 왼발 발등만 쓰라렸기에

냉큼 오른쪽 양말을 벗어

아내에게 신겨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 켤레의 양말을

나는 왼발, 너는 오른발에 신고

상쾌한 가을 공기 속을 걸었다

 

천생연분!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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