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노래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나무

 

+ 나무

 

이 세상

모든 나무들은

 

제각기

하나의 깃발이다

 

나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고

 

하늘 향해 곧추선

저 당당한 몸짓

 

동구 밖

키다리 미루나무도

 

날씬한 은행나무도

요조숙녀 목련도

 

세상 모든

나무들의 이파리는

 

저마다

하나의 함성이다

 

깊이에서 높이로

뿌리에서 가지로, 하늘로 용솟음치는

 

거침없는 생명의

뜨거운 아우성이다

 

 

+ 나무의 생

 

미동도 없이

잠잠할 줄도 안다

 

미친년같이 온몸으로

춤출 줄도 안다.

 

고요와 광란을

아우를 수 있을 만큼

 

마음의 통이

넓고 크다.

 

시시때때로

보고 또 보아도

 

참 멋있고

자연스러운 생이다.

 

 

+ 나무와 바람

 

바람이 없으면

가만있고

 

바람이 불어오면

흔들리면 그뿐

 

나무는 바람을

지레 두려워 않는다.

 

바람은

왔다가 가는 것

 

모진 비바람도

한순간일 뿐이라는 걸

 

긴 안목으로 나무는

내다보고 있는 것 같다.

 

 

+ 나무의 말씀

 

나무는

한평생 말이 없는데도

 

가만히 귀기울이면

참 좋은 말을 많이 한다.

 

뿌리만 튼튼하면

걱정할 것 하나 없다

 

모진 비바람도

태풍도 다 견딜 수 있다

 

진득이 기다리면

꽃 피고 열매 맺는다고

 

의연한 삶의 모습으로

주옥같은 말씀을 하신다.

 

 

+ 나무와 나

 

아무 일 없는 듯

가만히 있다가

 

실바람 불어오면

흥겨이 춤을 추다가

 

거친 비바람 몰아치면

온몸 휘청대는 나무.

 

꼭 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마음이 평온하고 가벼이

삶을 즐기기도 하다가

 

세상살이 거센 바람이 불면

어쩔 줄 몰라 하는.

 

 

+ 나무와 사람

 

사람이 이 세상에

생겨나기 훨씬 이전에

 

나무는 이미 지상에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 사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날에도

 

어쩐지 나무는 오래오래

살아남을 것 같다.

 

삶을 지레 걱정하지 말고

하늘 우러러 맘 편히 살라고

 

늘 같은 자리에서

사람을 위로해주는 나무.

 

 

+ 나무같이

 

하늘로

온몸 곧추세우고

 

한평생

부끄러움 없이 살다가

 

단 한번

목숨을 마감할 때에만

 

무릎을 꺾고

대지의 품속에 안기는

 

나무같이

나무의 의연함같이

 

하늘 우러르며

당당히 자유롭게 살다가

 

이 목숨 다하는 날

티끌만큼의 아쉬움도 없이

 

한 줌

순수의 흙으로 돌아가

 

대지의 품안에

들고 싶다.

 

 

+ 나무의 기도

 

하늘과 땅 사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천지가 베풀어주는

넘치는 은혜로 살아갈 뿐.

 

땅이 없고 하늘이 없으면

생겨날 수도 없는

 

나는 본디

()입니다.

 

이 간단하고도 깊은 진실

늘 가슴에 새기고서

 

죽는 날까지 땅에 뿌리박고

하늘을 사모하며 살게 하소서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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