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품을 생각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꽃과 사람

 

+ 꽃과 사람

 

세월 가도

목련은 늘 목련입니다

 

작년이나 올해나

장미는 변함없이 장미입니다

 

강물이 마르고 닳도록

들꽃은 영영 들꽃입니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

제 빛깔과 모양과 향기를 지켜갑니다

 

그래서 꽃들의 아름다움은

영원불멸입니다.

 

사람들 중에도

더러 꽃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흐르는 세월 따라

겉모습은 어쩔 수 없이 변해도

 

자신의 본래 모습

한결 변함없는 사람들

 

나이를 먹을수록

인품이 더욱 향긋한 사람들

 

꽃같이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 향기

 

장미나 라일락

들국화 같은 꽃들은

 

모양도 예쁘지만

향기 또한 기막히다.

 

눈을 감고

가만히 꽃향기를 맡으면

 

이대로 죽어도 좋을 만큼

황홀한 느낌이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 중에도

향기로운 사람이 있다

 

코를 찌르는 향수가 아니라

그윽한 인품의 향기이다.

 

 

+ 향기

 

꽃 가까이 코를 갖다 대면

무슨 향기가 풍겨온다

 

장미에서는 장미의 향기

국화에서는 국화의 향기가 난다.

 

어느 사람 가까이 가면

무슨 향기가 풍겨난다

 

인품의 향기가 나기도 하고

사랑의 향기가 짙은 사람도 있다.

 

내심 한 송이 들꽃이고 싶지만

모자라는 게 너무 많은

 

나에게서도 이따금

좋은 향기가 날 수 있을까.

 

 

+ 안과 선생님

 

내 친구는

안과(眼科) 선생님이다

 

집 가까운 병원에 출근할 때도

등산복을 즐겨 입어

 

겉보기에는

전혀 의사 선생님 같지가 않다

 

술자리나 모임에서 사람들이

눈 아픈 것에 대해 물어도

 

괜찮아‘ ’괜찮아라는 어투로

대답해 주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가끔은

돌팔이 같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가까운 벗들이

아들딸까지 데리고 종종

 

친구 병원을 찾아가는 걸 보면

명의(名醫)가 틀림없다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아직 이슬같이 맑은 눈빛 가진

 

내 친구는 아무래도

안과가 딱 안성맞춤이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의 눈을 환히 밝히고 있을

 

마음은 밑 모를 바다 같고

인품은 말없이 향긋한 꽃 같은

 

안과 선생님

내 친구가 문득 그립다.

 

 

+ 삶의 선생

 

배움은 책 속에만

가르침은 학교에만 있지 않다

 

인품이 훌륭하고

지식이 많아야만 선생이 아니다

 

주변을 가만히 살펴보면

모두가 삶의 선생이다.

 

사시사철 변함없는 산

우직함의 깊은 멋을 가르쳐 준다

 

늘 아래로만 흐르는 물

낮아짐의 겸손을 가르쳐 준다

 

피고 지는 꽃

삶의 무상함을 가르쳐 준다

 

소나기 뒤의 무지개

절망 너머 희망을 가르쳐 준다

 

등짐 지고 꼬물꼬물 기어가는 개미

삶의 성실함을 가르쳐 준다.

 

삶의 주변 사물이

말없이 가르치는 것들

 

우리는 그 소중한 가르침을

높이 받들어야 하겠다.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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