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를 생각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어부의 노래

 

+ 어부의 노래

 

지상에서 나의 목숨

끝나는 그 날까지

 

단 한 마리의

물고기만 낚아도 좋으리.

 

텅 비어 있는

바구니를 보고서

 

세상 사람들이

바보 같다 놀려도 좋으리.

 

오직 내 눈에만 띄는

빛나는 그것

 

당신의 마음 하나만

오래오래 낚을 수 있다면.

 

 

+ 눈사람과 사랑

 

햇볕에 녹을까봐

눈사람 만들기를 겁낸다면

 

얼마나 소심하고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상처 입을까봐

사랑하기를 두려워한다면

 

얼마나 비겁하고

바보 같은 행동인가.

 

녹을 때가 되면 녹더라도

즐거이 눈사람을 만들 듯

 

상처받을 때는 받더라도

미친 듯이 사랑해야지.

 

 

+ 내려놓음

 

강을 건넌 다음에도

뗏목을 등에 메고 다니면

 

참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불교에서는 말한다.

 

인생이라는

머나먼 나그네 길을 가면서

 

쓸데없이 무거운 것들을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하면

 

이 또한

바보 같은 짓이다.

 

가벼운 차림으로 걸어도

쉽지 않은 그 길을

 

돌덩이 바윗덩이 같은 것들

잔뜩 짊어진 채로 가려 하다니.

 

 

+ 둔하게

 

너무 약아빠지면

제 꾀에 넘어가기 쉽다

 

너무 머리가 좋으면

골치 아픈 일이 많다

 

너무 빈틈없이 정확하면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너무 지나치게 논리적이면

감정이 메말라 삭막하다.

 

남들에게서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가끔은 둔하게

이따금 멍청하게

 

두뇌의 팽팽한 긴장을 풀고

느낌과 본능에 따라


하늘에 흐르는 구름같이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 황금과 사랑

 

황금에 눈먼 사람들은

세상에 많고 많지만

 

사랑에 눈먼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황금을 좇는 것이

영악한 사람들의 일이라면

 

사랑을 찾아가는 것은

바보 같은 사람들의 일인가.

 

세상이 이만큼이라도

돌아가고 있는 것은

 

눈부신 황금의 힘 때문인가

보이지 않는 사랑의 힘 덕분인가.

 

황금과 사랑 둘 중에

단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절대로 사랑을 택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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