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시 모음> 정연복의 바보

 

+ 바보

 

자기 눈 속에

별이 있는 줄도 모르는

 

자신의 영혼이

들꽃같이 예쁜 줄도 모르는

 

바보 같은

당신.

 

 

+ 바보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가슴

 

당신께 숨김없이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데.

 

긴긴 날의

깊어가는 그리움에

 

장미와 칸나같이

불덩이 맨드라미같이.

 

이제는 더 이상 감출 길 없이

달아오른 내 마음

 

한번만 보아달라고

딱 한마디만 하면 되는데.

 

당신 앞에만 서면 말문이 막히고

내 가슴속 꽁꽁 감추려 드니

 

어쩌면 좋아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 같은 나.

 

 

+ 바보 아내

 

오늘밤 문득 아내는

꽃같이 순한 목소리로 말하네.

 

<내가 당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한다고 해도

 

난 그냥 편안히

눈이 감길 것 같아요

 

내가 없어도 당신은

잘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럴까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자기가 내게 절대적인 존재라는 걸

잠시 잊은 바보 같은 아내.

 

 

+ 바보

 

닭이 먼저인가

알이 먼저인가

 

과학에 무지한 내게는

몹시 헷갈리는 질문이다.

 

돈이 먼저인가

사람이 먼저인가

 

머리가 아둔한 나도

그냥 직감으로 알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아무리 돈이 필요하다고 해도

 

사람보다 돈을 앞에 놓으면

그건 분명 잘못이고 슬픈 일이다.

 

그런데도 세상에는

어리석은 바보들이 많다

 

솔직히 말해 나도 가끔은

알게 모르게 바보가 될 때가 많다.

 

 

+ 바보

 

하루에 밥 세 끼

꼬박꼬박 찾아먹으며

 

지상에서 살아온 지

어느새 육십 년이 넘었는데.

 

쏜살같이

바람같이 흐르는 세월에

 

이제 남아 있는 목숨의 날

그리 많지 않은데.

 

나는 누구인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삶은 무엇이고 사랑은 또 뭔지

도대체 영혼이며 영원이란 게 뭔지

 

이따금 가만히 앉아서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뚜렷한 답이 떠오르기는커녕

솔직히 도통 모르겠다.

 

 

+ 바보 천사

 

가만히 보면 천사는

꼭 바보 같다

 

자기가 누구인지를

까맣게 모르다.

 

제 맘속 큰 걱정이나 슬픔은

없는 듯이 슬쩍 감춰놓고서

 

남들의 작은 아픔이나 괴로움엔

엄청 가슴 졸인다.

 

조용히 찾아가서 티 내지 않고

도움을 주어야 할 게 많아

 

늘 이리저리 바쁘게 살면서도

얼굴에 웃음꽃이 떠나질 않는다.

 

각박한 요즘 세상에서 이따금

이런 천사를 만나는 날에는

 

살아 있음이 너무 감사하고

못된 나도 문득 천사를 닮고 싶다.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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