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생각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아버지

 

+ 아버지

 

무명 시인인 나는

세상의 감투 쓸 일이 없다

 

늘 낮은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그뿐.

 

세상의 힘 있는 자리에

떡하니 앉아 있는 사람들이

 

이따금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잠시일 따름

 

기죽지 않고

세상을 살아갈 새 힘을 얻는다.

 

내가 착하고 밝게 자라는

두 아이의 아버지요

 

아들딸이 변함없이 아빠를

믿어준다는 이 단순한 사실이

 

나를 세파에 굴하지 않는

굳센 사람으로 지켜주는 것이다.

 

 

+ 나무 같은 아버지

 

세상의 나무들은

하나같이 그윽한 멋이 있다

 

한평생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면서

 

안달 떨지 않고

느긋하게 제 할 일 다한다.

 

사시사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잎새들을 낳고 기르기 위해

보이지 않는 수고를 많이 하면서도

 

그 힘든 수고를 알아달라고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지극 정성으로 기른

정들었던 잎새들

 

때가 되면

훌훌 떠나보내면서도

 

속울음이야 오죽했으랴만

겉으로는 눈물 보이지 않는다.

 

나도 앞으로는

나무를 조금씩 닮아가고 싶다

 

자식을 품안에 넣고 기를 때와

미련 없이 떠나보내야 할 때

 

이 둘을 구별할 줄 아는

나무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

 

 

+ 사부곡(思父曲)

 

이 땅 위의 나그네길

모두 마치시고

 

생명의 본향

흙으로 돌아가신 아버님.

 

가족의 행복을 위해 한평생

말없이 수고하셨지요

 

좋은 남편이며 아버지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셨지요.

 

당신께서 남기고 가신

많은 사랑의 추억들

 

우리의 가슴속에서 오래오래

별이 되어 빛날 거예요.

 

 

+ 꽃잎

 

어릴 적 책갈피에

끼워둔 꽃잎

 

세월 가도

옛 모습 그대로다.

 

생명은 오래 전에

떠나가고 없지만

 

꽃잎은 이제

영혼의 빛을 띠고 있다.

 

사랑하던 아빠

몸은 지상을 떠났어도

 

마음으로는 지금도

주야로 나와 함께 있다.

 

내 마음의 갈피에

고이 모셔진

 

날로 더욱 빛 고운

한 잎 추억의 꽃잎으로.

 

 

+ 아버지의 기도

 

온 우주 온 생명을

낳으시고 기르시는 주님!

 

아들과 딸을 주시어

제가 아버지 되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은

제게 참 과분하고 영광스러운 것입니다.

 

자식들에 대한 저의 사랑은

언제나 부족하고 허점이 많았는데도

 

그들이 지금껏 큰 탈없이

밝고 건강하게 자란 것이 놀랍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늘 함께 해주신

당신의 도우심의 손길 덕분입니다.

 

살아가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아

가끔 근심에 싸이기도 하지만

 

자식들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면

새 삶의 희망이 용솟음칩니다

 

그들이 제 곁에 없었더라면

제가 이만큼 버틸 수 있었을까요.

 

비록 훌륭한 아버지는 되지 못해도

좋은 아버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듣고

그들의 꿈과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아버지이기보다 동료 인간으로서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게 하소서

 

그들이 하는 일에 박수를 치고

그들이 계획하는 일을 신뢰하게 하소서.

 

주여!

 

자식들은 제 사랑의 열매이지만

결코 저의 소유물은 아닌 것

 

자식들이 제 기대에 부응하기를 바라는

잘못된 욕심은 말끔히 버리고

 

무엇보다 자식들을 소중한 인격체로서

깊이 존중하는 바른 마음을 주소서.

 

단 한번뿐인 인생을 사는 그들이

자유의 하늘을 마음껏 날게 하소서

 

가끔은 추락의 아픔을 맛보더라도

힘찬 날갯짓 멈추지 않게 하소서

 

그들을 지켜보며 마음 졸일지언정

섣불리 간섭하지 않게 하소서.

 

언젠가 제가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그들이 아름다운 추억들을 기억하며

나의 아버지는 좋은 분이셨다고 말하게 하소서.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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