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시 모음> 정연복의 가난한 연인들을 위한 시

 

+ 가난한 연인들을 위한 시

 

손에 손을 걸고

춤추듯 가벼운 몸짓으로

 

초록 들판을 걸어가는

아름다운 두 사람.

 

가난하다고 해서

조금도 주눅 들지 말아요

 

주머니 속 지갑이 가볍다고

앞날을 걱정하지 말아요.

 

사랑에는 변함없이 진실한

마음만이 필요할 뿐

 

그깟 돈으로 사랑을 가늠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말아요.

 

 

+ 가난한 날의 행복

 

신혼 초

첫 아이를 임신한 아내가

 

어느 날

삼계탕을 먹고 싶다고 했다.

 

청량리에 있는 장수원을 찾아가

삼계탕 한 그릇을 주문했다

 

내 주머니를 몽땅 털었지만

한 그릇밖에 시킬 수 없었으니까.

 

사실 나도 그때

조금은 시장기를 느꼈지만

 

난 배 안 고파라고 거짓말하고

아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구경했다.

 

침이 꼴깍 넘어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냥 행복했다

 

삼계탕 한 그릇에 행복해하는

아내의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그리고 몇 달 뒤

아내는 첫아들을 순산했다

 

체중 3.8킬로그램의

아주 건강한 아가를 낳았다.

 

벌써 스물일곱 해가 지나간

아스라한 옛일이지만

 

지금도 이따금 추억하는

가난한 날의 행복.

 

 

+ 가난과 부함

 

가난하다고 해서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

 

가난은 다만 불편할 따름이지

창피스런 일은 아니다

 

물질적으로 가난해도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울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부함은

수치스러운 것이다

 

부함에 길들여지면

생활이 단순 소박함에서 멀어지고

 

삶이 본질에서 벗어나

부패하고 천박하게 되기 십상이다.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가질 수 없다면

 

당신은 이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이것은 삶의 방향과 목적과 의미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물음이다.

 

 

+ 저축

 

은행에 여윳돈을

저축할 형편은 못되어도

 

기죽고

슬퍼하지 말자.

 

살아가는 틈틈이

그리움을 저축할 수 있다면

 

그래서 사랑하는 일이

이자같이 조금씩 불어난다면.

 

이런 가슴

이런 삶을 가진 사람

 

비록 적금통장이 없어도

어찌 가난하다 말할 수 있으랴.

 

 

+ 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

 

최고로 부자는

사랑을 많이 하는 사람.

 

가장 불행한 사람은

사랑 받지 못하는 사람

 

최고로 행복한 사람은

사랑을 듬뿍 받는 사람.

 

가장 슬픈 사람은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

 

최고로 기쁜 사람은

잃었던 사랑을 되찾은 사람.

 

가장 못생긴 사람은

얼굴에서 사랑의 빛이 사라진 사람

 

최고로 잘생긴 사람은

얼굴에서 사랑이 빛나는 사람.

 

 

+ 가난한 자의 기도

 

가난은

때로 괴로움이지만

 

헤어날 수 없는 가난은

이따금 피눈물이지만

 

가난하다 하여

쉽사리 기죽지 말고

 

가난이 가져다주는 기쁨

맘껏 누리게 하소서.

 

누구나 이 세상 떠날 때는

어김없는 빈손이려니....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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