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 시 모음> 정연복의 순간과 영원

 

+ 순간과 영원

 

사람이 한세상

살다가 보면

 

꿈같이 찾아온

사랑의 기쁨이라든지

 

벼락같이 들이닥친

슬픔 따위로

 

평소에는 밋밋하게

흘러가던 시간이

 

죽음이 아니고서는

잊을 수 없는

 

비상한 감동과 전율의

순간으로 번뜩일 때가 있다.

 

찰나이면서도

오래오래 가는

 

바로 이런 순간이

사람에게는 영원이 아니겠는가.

 

 

+ 영원히 들꽃

 

한번 들꽃은

영원히 들꽃이다.

 

볼품없다고

투덜대지 않고

 

자기보다 예쁜 꽃들

시기하지 않고

 

들꽃 아닌

다른 꽃이 되려 하지 않고

 

어제도 오늘도

올해도 내년에도

 

변함없이

자기 본래의 모습 그대로

 

한번 들꽃은

영원히 들꽃이다.

 

자기답게

그냥 자기답게

 

들꽃은 보란 듯이

영원히 들꽃이다.

 

 

+ 사랑의 순간과 영원

 

나의 눈

나의 가슴속에

 

당신이 들어오기까지는

한순간밖에 안 걸렸는데도.

 

이렇게 찰나에

운명처럼 만난 당신을

 

사랑하는 데는

영원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한평생 당신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여도

 

그래도 여전히 내 사랑

부족할 것 같으니까.

 

 

+ 영원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우리의 사랑

 

영원히 변치 말자

약속했을 때

 

그것은 그저

아득한 맹세라고 생각했는데

 

당신과 스물 몇 해

살과 살 맞대고 살면서

이제는 알 것 같다.

 

사람은 저마다

고독한 섬이라서

 

나는 아무래도 너일 수 없고

너는 나일 수 없어도

 

고단한 인생살이에

서로에게로 비스듬히 기울어

 

섬과 섬 사이의 틈이

차츰차츰 좁아지다 보면

 

그 아득한 사랑의 맹세는

지금 이 순간의 일이라는 것

 

 

+ 우리의 사랑은 영원하여라

 

당신을 처음 본 그 순간은

내 눈빛의 황홀한 떨림이었지

 

당신 향한 그리움에 잠 못 이루며

내 가슴은 꽃잎처럼 파르르 떨렸지

 

당신이 나의 사랑을 받아주었을 때

내 마음은 두둥실 하늘을 날았지

 

바람처럼 세월은 빨리도 흘러

우리 첫사랑은 아련한 추억이 되었지만

 

당신과 함께 살아온 지난 세월은

고스란히 행복이었네

 

이제 우리의 육체는 낙엽처럼 시들고

불타는 장밋빛 사랑은 꿈이 되더라도

 

앞으로 남은 세월에는

우리 두 사람

 

영혼과 영혼의 어깨동무로

한 나무의 뿌리들처럼 늘 함께 하리니

 

우리의 사랑은 영원하여라

죽음 너머까지 영원하여라!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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