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시 모음> 정연복의 시간의 얼굴

 

+ 시간의 얼굴

 

간다고

붙잡을 수도 없고

 

빨리 오라고

잡아당길 수도 없다

 

바로 지금

찰나의 순간에만

 

내 곁에 있어 주다가

사라지는 너.

 

메 순간

나를 찾아와

 

아직은 나 살아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아직은 보지 못한

참 고마운 너의 얼굴

 

죽기 전에

꼭 한번은 보고 싶다.

 

 

+ 그리움의 속도

 

너를 만나고부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빛의 속도를 능가하는 게

내 가슴 깊이 들어온 거다.

 

밤이든 낮이든

너를 생각하기만 하면

 

시간과 공간 너머

어느새 나는 네 곁에 있다.

 

아득히 머나먼 곳이라도

너 있는 데라면

 

찰나에 가닿을 만큼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다.

 

그래서 참 편리하고

행복하기도 한데

 

이따금 너무 힘들어

남몰래 눈물짓는다.

 

 

+ 번개

 

홀연 허공을

휙 가르는

 

한순간의

번쩍임 하나로

 

생을 마감하는

너는

 

태어남과 죽음의

시차도 없는 듯.

 

그런데도

조금도 초라하지 않고

 

뭇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살아남는

 

찰나의 눈부신

너의 생 너의 소멸.

 

 

+ 별똥별

 

어젯밤 딸에게서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

 

별똥별이 밤하늘에 휙

가느다란 줄 하나를 그으며

 

지상에 떨어지기까지

찰나의 시간 동안

 

사랑의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어릴 적에 딱 한번

보았을 뿐인 별똥별

 

살아생전에 한번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 한순간

 

겨울 문턱에 선 나무의

빈 가지에 달려 있던

 

퇴색한 작은

나뭇잎 하나 떨어진다.

 

한철 그리도 눈부셨던 것

나불나불

 

잠시 허공을 맴돌다가

지상에 눕기까지는

 

이삼 초의

찰나의 시간이 걸릴 뿐.

 

생명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저 아득한

한순간.

 

 

+ 사랑의 지진

 

너를 처음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올 것이 마침내

오고야 말았구나.

 

지금껏 사랑에

무덤덤했던 내가

 

이리도 한순간에

찰나에 폭삭 무너지다니.

 

이제 나의 삶

내 생의 모든 것은

 

너와의 만남 이전과 이후로

뚜렷이 구별될 것이다.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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