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에 관한 시 모음> 정연복의 나의 소원

 

+ 나의 소원

 

하늘의 별같이 빛나는

훌륭한 사람 아니라

 

지상의 이름 없는 들꽃같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의 외로운 길손에게

잠시 벗이 되어주고

 

가난하고 슬픈 이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는.

 

 

+ 소원

 

몸은

비록 볼품없어도

 

마음은

꽃같이 아름답기를.

 

육체는 세월 따라

낡아지더라도

 

정신은 나날이

새로워지기를.

 

내 몸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날

 

영혼은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되기를.

 

 

+ 내 마음의 소원

 

하늘은 마음의 키가 커서

세상 모든 것을 굽어살필 수 있다

 

땅은 마음이 지평선 끝까지 넓어

뭐든지 다 포용할 수 있다

 

바다는 마음 씀씀이가 깊어

말없이 다 품어줄 수 있다.

 

내 마음의 키는

하늘 아래 해바라기쯤

 

내 마음의 넓이는

너른 들판의 한 작은 모퉁이쯤

 

내 마음의 깊이는

깊은 산 속 옹달샘쯤만 되어라.

 

 

+ 모닥불의 소원

 

나의 몸

한 그루 나무보다 작고

 

나의 마음

한 송이 꽃만큼 곱지 못해도

 

지상에서

살아 있는 동안

 

나의 몸 나의 마음

모닥불로 아낌없이 태워

 

세상의 어느 모퉁이

여린 따스함이나 되었다가

 

이 목숨 다하는 날

어느 것 하나 남지 않고

 

다만 한줄기 희고

가벼운 연기로 치솟기를.

 

 

+ 가을의 소원

 

한여름 무더위 속에도

서슬 푸르던

 

나뭇잎들 차츰

낙엽에 가까이 가는데.

 

삶도 사랑도 잘 모르는

철없던 젊음의 날들

 

저만치 멀어지고 어느새

내리막 인생길인데.

 

허튼 욕심 버려야지

나그네 짐일랑 자꾸자꾸 덜어야지

 

날로 조금씩은 더

가벼운 발걸음 되어야지.

 

아득히 높은 하늘 아래

땅에 닿을 듯 말 듯

 

앉은뱅이로 살면서도

행복한 들꽃 같이는 되어야지.

 

 

+ 나의 소원

 

지금껏 지상에서

만 오십칠 년을 살아오면서

 

꼭 무엇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생전에 기필코 이루고 싶은

그 무엇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은

물건 따위도 없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꿈꾸어온 게 하나 있다

 

나중에 아들딸이 결혼을 해서

건강한 아이들을 낳으면

 

그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고

동네의 허름한 중국집을 찾아가

 

갓 피어난

꽃같이 예쁘고 싱싱한 얼굴

 

시냇물처럼 맑은

순한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황홀한 기분으로

짜장면을 함께 맛있게 먹는 거다

 

젓가락질도 가르쳐 주고

입가에 묻은 짜장면도 닦아주며

 

소박하지만 어쩌면 과분한

행복을 느끼는 거다.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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