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시 모음> 정연복의 ‘불행이 행복에게’ 외
+ 불행이 행복에게
가끔 너에게
딴지 걸어서 미안해
너의 밝은 얼굴
그늘지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한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사람들은 너만 좋아하고
나를 미워하지만
나도 이 세상에 태어나
내 할 일 하는 거란다
어둠이 있고서야
별이 빛날 수 있듯이
너를 돋보이게 하는 게
나의 진심이고 할 일인 거야
우리 서로 등 돌리지 말고
가끔은 사이좋게 지내자
+ 행복과 불행
행복하기로 맘먹으면
금방 행복해진다
삶의 형편이 그대로여도
행복이 느껴진다.
불행하기로 작정하면
금세 불행해진다
행복할 만한 상황인데도
불행을 자초한다.
행복의 파랑새
또 불행의 그림자는
스스로 마음먹고
생각하기 나름이다.
+ 행복과 불행
반쯤 차 있는
같은 잔을 바라보면서
반만 찼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반이나 찼다고 낙관하는 사람이 있다.
똑같은 삶의 상황에
놓여 있으면서도
행복한 사람이 있고
또 불행한 사람이 있다.
이 정도면 행복하다고
느끼면 행복한 거다
이것밖에 안 되니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불행한 거다.
삶의 행복과 불행은
이렇게 간단하다
생각하고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사랑하지 않는 건 불행
“사랑받지 못한 건 불운이지만
사랑하지 않는 건 불행이다.“
- 알베르 까뮈
며칠 전
생일을 맞았습니다
내 나이
벌써 쉰여덟이 된 것입니다
눈 깜빡할 새
세월이 바람같이 흘렀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참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부모와 아내, 자식들과 벗들의
따뜻한 사랑을 무던히도 받았습니다
그밖에도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제껏 나는
대단한 행운아였던 게 틀림없습니다.
히지만 사랑을 받은 만큼
사랑하지는 못했습니다
받은 사랑이 바다 같다면
베푼 사랑은 시냇물 정도입니다
아무래도 나는
많이 불행한 사람입니다.
이제 남은 생
얼마쯤인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행운을 바라기보다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더 많은 행운보다
더 많은 행복을 위해.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