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 시 모음> 정연복의 모닥불과 동장군

 

+ 모닥불과 동장군

 

군대 계급으로 치면

이등병의 작대기 하나 같은

 

얼기설기 포개어진

작은 장작 몇 개

 

힘을 합하여 아낌없이

온몸 불사르니

 

너른 세상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세를 떨치던

동장군(冬將軍)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네.

 

 

+ 동장군에게

 

사정없이 들이닥친

너 때문에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가뜩이나 요즘 불경기에

한숨짓던 노점상들은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언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름 그대로

네가 정말 힘센 장군이라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 말고

부자 동네로 가서 힘을 써봐라.

 

 

+ 동장군에게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친

오늘 아침

 

유달리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의 출근길.

 

두툼한 옷을 갑옷인 양

몇 겹이나 두른 게

 

마치 완전무장하고

전쟁터로 나가는 장군 같다.

 

칼바람을 마구 휘두르는

동장군(冬將軍)이여

 

기세등등한 너도 아내에겐

하릴없이 백기를 들어야 하리.

 

 

+ 동장군에게

 

이상하다 올 때가 됐는데

왜 안 오지, 하고 있었는데

 

너 오늘 벼락같이

들이닥쳤구나.

 

집 밖에 잠깐 나갔다 왔는데도

귓불이 얼어붙는 걸 보니

 

역시 네 힘이 세긴 센 모양이다

그러기에 장군 소리를 다 듣지.

 

겨울을 겨울답게 하려고

또 오랜만에 먼 길 찾아왔으니

 

누가 뭐래도 섭섭해 말고

한 며칠 편안히 머물다 가렴.

 

가진 게 없어 더욱 추위를 타는

이들에게는 좀 아량을 베풀고

 

배부른 사람들에게는 더 많이 찾아가

정신이 번쩍 나게 해주렴.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882 바람예수글 <아내에게 쓰는 시 모음> 정연복의 ‘아내에게 쓰는 시’ 외 바람예수 2017-12-08 196
12881 바람예수글 아내에게 쓰는 시 바람예수 2017-12-08 204
12880 바람예수글 <타인 시 모음> 정연복의 ‘사람’ 외 바람예수 2017-12-08 195
12879 바람예수글 타인 바람예수 2017-12-08 194
12878 바람예수글 <향기 시 모음> 정연복의 ‘향기’ 외 바람예수 2017-12-08 186
12877 바람예수글 <목숨꽃 시 모음> 정연복의 ‘꽃 같은 생’ 외 바람예수 2017-12-07 200
12876 바람예수글 행복한 삶의 노래 바람예수 2017-12-07 206
12875 바람예수글 <심장 시 모음> 정연복의 ‘장밋빛 심장’ 외 바람예수 2017-12-07 189
12874 바람예수글 심장 바람예수 2017-12-07 187
12873 바람예수글 촛불의 노래 바람예수 2017-12-07 184
12872 바람예수글 <눈 기도 모음> 정연복의 ‘함박눈의 기도’ 외 바람예수 2017-12-07 201
12871 바람예수글 눈 오는 날의 기도 바람예수 2017-12-07 189
12870 바람예수글 함박눈 오는 날의 기도 바람예수 2017-12-07 203
12869 바람예수글 은세계를 노래함 바람예수 2017-12-07 194
12868 바람예수글 <은세계 시 모음> 정연복의 ‘은세계(銀世界)’ 외 바람예수 2017-12-07 203
12867 바람예수글 <은세계 시 모음> 정연복의 ‘은세계(銀世界)’ 외 바람예수 2017-12-07 197
12866 바람예수글 은세계(銀世界) 바람예수 2017-12-07 192
12865 바람예수글 눈 온 날 아침 바람예수 2017-12-07 194
» 바람예수글 <동장군 시 모음> 정연복의 ‘모닥불과 동장군’ 외 바람예수 2017-12-06 213
12863 바람예수글 왜 사람인가 바람예수 2017-12-06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