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를 노래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소주같이

 

+ 소주같이

 

세월 가도

맨 처음의 맛과 빛깔

 

늘 그대로 변함없는

소주같이.

 

인생살이 굽이굽이

쓴맛을 보고

 

사랑의 슬픔과

괴로움에 취할지라도.

 

눈물이야 두어 방울쯤만

아껴서 흘리고

 

소주같이 맑고 깨끗한

영혼 하나 굳게 지켜가리.

 

 

+ 소주 한 병

 

360밀리 병에 들어 있는

소주만 갖고서도

 

자그마치 여덟 송이의

꽃을 피울 수 있다.

 

오랜 벗과 주거니받거니

우정 꽃

 

연인과 다정히 마주앉아

사랑 꽃

 

독작(獨酌)으로 쓸쓸히

인생 꽃도 피울 수 있다.

 

소주 한 병만

깊이 음미하며 마시면

 

사랑의 기쁨과 슬픔

인생살이의 갖은 희로애락

 

모두모두 가슴속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

 

 

+ 깡소주

 

애인에게 차여

견딜 수 없는 괴로움에

 

깡소주를 벌컥벌컥

들이켜 보지 않은 사람은

 

연애라는 게 진짜로 뭔지

아직은 모르는 거다.

 

하늘이 무너진 것같이

크나큰 절망감에

 

빈속에 깡소주를 마시고 취해

울음꽃을 피워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이라는 게 정말로 뭔지

말할 자격이 없다.

 

 

+ 소주

 

나를 빼닮아 잠잠히

투명한 영혼의 그대여

 

삶이 즐겁고 기쁠 때

마음이 힘들고 외로움에 겨울 때면

얼마든지 나를 들이켜도 좋으리

 

언제든지 그대 가까이

그대의 호명(呼名) 기다리고 있나니

 

그대 천 원짜리 낡은 지폐로

나를 찾아와서

 

동그랗게 이 몸 안아 주면

나 그대의 좋은 벗 되어주리

 

애오라지 하나

간절한 소원 있다면

 

내가 행여 그대의 몸에

몹쓸 독이 되지 않는 것

 

그대의 귀한 생명을 응원하는

맑고 순수한 기운이 되는 것

 

그래서 그대와 나의

생명의 빛깔이 서로 닮아가는 것

 

 

+ 소주에게

 

삶이 기쁘고 즐거운 날에

너는 왠지 단맛이 난다

 

삶이 슬프고 괴로운 때엔

너는 내 맘같이 쓴맛이 난다.

 

삶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나와 함께 하며

 

이심전심으로

말없이 나랑 통하는 너는

 

내 인생길의

한결같이 다정한 벗

 

나의 웃음도 눈물도

너는 익히 알고 있으리.

 

초록빛 병에 담긴 맑고

투명한 이슬 같은 네가 있어

 

한세월 굽이도는 인생길이

마냥 외롭지만은 않으니

 

오늘밤은 너의 건강을 위해

건배!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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