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을 노래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단풍

 

+ 단풍

 

한 잎 나뭇잎이

단풍 물들기까지

 

가야 할 길은

얼마나 멀고 험한가.

 

봄부터 가을까지

숱하게 밤이슬에 젖고

 

비바람의 채찍질에

수없이 혼절해야만 하리.

 

 

+ 단풍

 

아파트 현관 앞

단풍나무

 

무성한 초록 잎들 사이

빨간 단풍 둘.

 

늦더위 속에

며칠 소낙비 내리더니

 

그새 곱게

물들었나보다.

 

겨우 두

이파리밖에 안 되지만

 

단풍의 계절이

코앞에 왔음을 알겠다.

 

 

+ 단풍

 

요 며칠 새

마술을 보는 것 같다

 

그리도 푸른빛 일색이더니

알록달록 단풍이라니.

 

매일 지켜보는 앞 베란다

유리창 너머 잎들마다

 

하룻밤 자고나면 새록새록

짙어져 있는 단풍 물.

 

이렇게 겉으로 아름다운

고운 물이 들기까지

 

나뭇잎들은 안으로

울기도 많이 울었으리.

 

 

+ 단풍

 

한 잎 이파리가

고운 단풍 물들기까지는

 

기나긴 인고의 날을

통과해야만 한다.

 

뜨거운 햇빛과 찬이슬

때론 거센 비바람 맞으면서

 

하루에도 수백수천 번을

몸서리쳐야 한다.

 

조급한 마음을 먹지 말고

긴 호흡으로 가자

 

나의 삶 나의 영혼이

곱게 물들기까지.

 

 

+ 단풍

 

단풍나무에

불이 붙었다

 

온몸이 불덩이 되어

활활 타고 있다.

 

푸름에서 붉음까지

찬란한 세 계절의 생을 마치면서

 

선지같이 붉디붉은

피울음 토한다.

 

때가 되어

총총 떠나가지만

 

아무쪼록 나를

잊지 말아 달라고.

 

 

+ 단풍

 

푸르던 잎들이

단풍으로 물드니까

 

세상 풍경이

확 달리 보인다.

 

울긋불긋 고운 빛깔로

물든 잎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마음속으로

단풍 물이 드는 느낌이다.

 

내가 몸담아 있는 세상이

이리도 아름다운 곳이었다니

 

이제 얼마쯤 남은 생

아름답게 살다가 가야겠다.

 

 

+ 단풍

 

한 며칠 황홀하게

빛나다가 눈부시다가

 

한줄기 바람에 지는

단풍 물든 잎들을 보라.

 

지상에 좀 더 머물렀다가

느긋이 가면 얼마나 좋으련만

 

힘들여 꽃 피운 생의 절정은

짧아도 너무 짧구나.

 

기다림은 길어도

헤어짐은 한순간이지만

 

너의 아름다운 뒷모습

오래 오래도록 내 맘속 있으리.

 

 

+ 단풍

 

하루의 태양이

연분홍 노을로 지듯

 

나뭇잎의 한 생은

빛 고운 단풍으로 마감된다.

 

한 번 지상에 오면

또 한 번은 돌아가야 하는

 

어김없는 생의 법칙에

고분고분 순종하며

 

나뭇잎은 생을 접으면서

눈물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의(壽衣)

단풍잎을 입고서

 

한줄기 휙 부는 바람에

가벼이 날리는

 

저 눈부신 종말

저 순한 끝맺음이여!

 

 

+ 단풍과 나

 

차츰차츰 곱게

단풍 물드는 잎들을

 

멀뚱멀뚱

쳐다보지만 말자.

 

저 많은 잎들은 빠짐없이

생의 절정으로 가는데

 

나는 이게 뭐냐고

기죽고 슬퍼하지 말자.

 

한 하늘 하나의 태양 아래

또 같은 비바람 찬이슬 맞으며

 

지금껏 하루하루 살아온

나무와 나의 삶인 것을.

 

이제 고운 빛 띠어 가는

나무의 한 생이라면

 

내 가슴 내 영혼 또한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어 가리.

 

 

+ 단풍과 낙엽

 

나뭇가지에는

단풍잎이 출렁이고

 

나무 아래에는

낙엽이 쌓여 있다.

 

빛 고운 단풍에서

빛바랜 낙엽까지

 

한순간이다

종이 한 장 차이다.

 

단풍잎들도 짧은

자신의 목숨을 예감했을까

 

예쁜 얼굴에 어쩐지

잔뜩 겁먹은 표정이다.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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