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 시 모음> 정연복의 단풍잎은 왜 예쁜가

 

+ 단풍잎은 왜 예쁜가

 

단풍 물든 잎이 예쁜 것은

얼굴이 예뻐서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처투성이다.

 

숱한 비바람 속

세월을 통과하면서 생긴

 

크고 작은 상처로

얼룩져 있는 얼굴이다.

 

단풍잎이 예쁜 것은

얼굴이 고와서가 아니라

 

고통의 날들을 묵묵히

잘 견디어왔기 때문이다.

 

 

+ 단풍잎

 

봄부터 오래오래

초록 일색이었다가

 

요 며칠 새

확 단풍 물들어가는

 

나뭇잎들이 오늘은

하루 종일 미동조차 없다.

 

서서히 뜸들여온

생의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또 머잖아 낙엽 되어

흙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이래저래 조용히

생각해 볼 게 많은가보다.

 

 

+ 단풍잎

 

봄부터 초록 일색이던

무성한 나뭇잎들 사이사이

 

어느 틈에 누르스름한

빛깔이 자리하고 있다.

 

느려도 참 느리다고

느껴지는 자연의 변화가

 

세상 사람들의 눈앞에

펼쳐 보이는 깜짝쇼다.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이윽고 단풍 물드는 잎같이

 

나의 생도 가만가만

고운 빛을 띠어 가면 좋으리.

 

 

+ 단풍잎

 

오래오래

푸르던 이파리들

 

곱게 단풍 물들었다고

너무 좋아하지 말자.

 

울긋불긋

다채로운 빛깔로

 

세상 풍경이야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지만.

 

단풍에서 낙엽까지는

한순간이어서

 

잠시잠깐 있다가는

덧없이 사라질 것들인데.

 

 

+ 단풍잎

 

작년까지만 해도

마냥 예뻐만 보였다

 

허공에 떠 있는

고운 빛의 보석같이.

 

환갑을 맞이하는 올해는

달리 보인다

 

아름다운 단풍잎에서

문득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바람처럼 흐르는 세월 따라

어느새 내 나이 예순하나

 

이 몸도 낙엽 될 날

저만치 보여서 그런가보다.

 

 

+ 단풍잎에게

 

며칠 전까지도

허공에서 춤추었지

 

알록달록

눈부신 너의 존재.

 

이제 두 눈을 씻고 보아도

찾아볼 수 없다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마다 텅 빈 가지뿐.

 

새봄부터 세 계절 동안

나의 눈 나의 마음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다가

홀연히 떠나간 너.

 

빛바래 대지에 누워 있는

차가운 네 몸

 

내 가슴속에 따뜻이 품을게

편히 잠들렴.

 

 

+ 단풍잎의 유언

 

바람에 춤추듯

가벼이 떠나가는

 

나의 죽음을

조금도 슬퍼하지 말 것.

 

지상에서의 나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할 것

 

상처로 얼룩졌지만

후회 없이 뜨거웠던 내 생을.

 

너도 언젠가

지상을 떠나는 그 날에

 

사랑으로 시뻘겋게 불탔던

심장 하나를 남기도록 할 것.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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