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시 모음> 정연복의 매미가 묻는다

 

+ 매미가 묻는다

 

서슬 푸른

폭염도

 

온몸으로 뜨겁게

뜨겁게 부르는

 

비록 짧지만 불같은

내 생의 노래 앞에서는

 

슬그머니

꼬리 내리는 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사람아.

 

 

+ 매미

 

불볕더위 속

어디에선가

 

함성처럼 들려오는

매미 소리

 

저것은 생명의 찬가인가

피울음의 통곡인가

 

겨우 한 달 남짓한

짧은 생애일 뿐인데도

 

나 이렇게 찬란하게

지금 살아 있다고

 

온몸으로 토하는

뜨거운 소리에

 

늦잠에서 부스스 깨어난

나는 참 부끄럽다

 

 

+ 매미는 말한다

 

꿈결같이 잠시

머물다 가는 생

 

너무나 짧은

나의 한 생이지만

 

슬퍼하지 않으리

불평하지 않으리.

 

한 잎 꽃잎이

피고 지듯

 

나의 생도

그와 같은 것

 

아직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목 놓아 사랑노래 부르리.

 

 

+ 매미 소리

 

찜통더위 속 어디선가

매미 소리 들려온다

 

이제는 그쳤나 싶으면

또 다시 이어지면서

 

온종일 천지를 진동시키는

힘찬 소리.

 

온몸으로 토하는

피울음 소리 같기도 하고

 

자신의 짧은 생을 경축하는

뜨거운 노랫소리 같기도 하다

 

어쩌면 울음과 노래 사이를

오가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살아 있는 목숨이라면

어쩔 수 없이

 

목 놓아 울 때가 있고

즐거이 노래할 때도 있듯이.

 

 

+ 매미의 말씀

 

찜통더위 속에

목 놓아 울부짖노니

 

마음 쉬이

약해지지 말라

 

고통의 불길이

아무리 뜨거울지라도

 

결코 쉽사리

포기하지 말라.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법

 

이열치열의 정신으로

인내하다보면

 

어느새 폭염도 가고

생의 고통도 사라지고

 

시원한 바람 부는

좋은 날이 찾아오리니.

 

 

+ 매미 소리

 

굽이굽이 우여곡절

몇 겹의 생을 지나서

 

이제 지상에서 남은

단 며칠.

 

짝짓기를 위해 목청껏

부르는 노래

 

천지가 떠나갈 듯

우렁차다 못해 처연하다.

 

온몸 온 가슴의

숨 가쁜 떨림에서 나오는

 

장엄하고도 애끓도록

간절한 사랑가.

 

지금껏 이 땅에서

긴긴 세월 살아오는 동안

 

나는 이런 사랑노래

한번 불러본 적 있었나.

 

 

+ 매미 울음

 

입추를 지나

아침 일찍부터

 

자지러지게

매미 운다

 

지상에 머물다 가는

생이 너무 짧아

 

서럽다 서럽다고

목 놓아 운다.

 

길게 늘어지던

여름도 훌쩍 깊어

 

어느새 저만치

끝이 아른거리니

 

여름이 다 가기 전에

뭐라도 해보라고

 

한낮 땡볕같이

온몸 뜨겁게 달구어진

 

사랑 한번 없이

그냥 여름을 보낼 거냐고

 

연거푸

다그쳐 묻는다.

 

* 정연복 시인 공식 블로그: http://blog.naver.com/yeunbok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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